슬플 때도 기쁠 때도 함께 해주지 못해 미안해
리무진 버스에 달려있는 모니터 사이로 뉴스가 방송되고 있다.
멍하니 그 뉴스를 올려다 보는데 앵커는 입을 쉼없이 뻥긋거리고,
이어폰 사이로는 희미하게 뉴스소리가 비집고 들어온다.
하지만 나는 그 뉴스를 알아들을 수도 없고, 이해하려는 의지도 없다.
버스 안, 내 안의 모든 스위치를 꺼버린 무기력한 상태
나는 세상과 멀어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지도 않고 있었다.
오늘도 한국에서는 떠나야할 곳을 생각하고, 외국에서는 내가 떠나온 자리를 걱정하며
그 곳이 어디든 여전히 낯설고, 나는 적응이 필요해보인다.
한국을 떠나있는 동안 뉴스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사건들이 나오고
내가 없는 동안 나의 '자리'에서는 많은 일들이 생겨났으리라.
그러므로 더이상 나의 빈 자리를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되뇌인다.
내 자리는 원래 비어있던 것처럼
나는 '나'이지만 소리없이 바람처럼 왔다가 흔적없이 또 가야한다고 말이다.
친한 친구가 죽은 날에도 , 샌프란시스코 호텔방에 누워 빳빳히 굳어진 손끝에 핸드크림을 진득하게 바르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언젠가 일어날 다음의 이별에도 나는 동떨어진 이 곳에서
담담히 스스로만 스스로를 다독여야 한다는 굳은 다짐과 함께.
원인은 명확하나 해소할 수 없는 불안과
출처를 알수없는 곳에서부터 덮쳐오는 우울,
거스를 수 없는 시간과 물리적으로 멀어지고있는 쓸데없는 몸뚱아리 사이에서도
유의미한 것들을 찾는데에 나는 오늘도 부단히 노력한다.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작은 도로 앞에 서서 신호등을 바라보곤 한다.
빠른 걸음으로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 사이로,
이 도로를 건널지 아니면 기다릴지 잠시 고민하지만 나는 늘 기다림을 택한다.
초록색 불빛을 기다리면서, 작은 질서로 스스로를 세운다.
작은 균열이 붕괴를 일으킨다는 믿음으로 명확하게 만들어놓은 스스로의 질서를 지키기로 한다.
누군가는 나를 낯선 사람으로 차별하지만 오늘도 나는 묵묵하게 나의 신념을 지킨다.
고요하게 걸어가는 이 길이 누군가의 눈에 띄지는 못하더라도
스스로 반짝일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알기에 나는 고요한 마음으로
어두워진 버스에 앉아 오늘을 다독인다.
작가의 말
비행을 하다보면 가까운 사람들의 기쁜일과 슬픈일을 함께 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찰나의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것들, 평범한 일상임에도 사치처럼 느껴지는 것들,
내 사람들 곁에 함께 있어주어야 할 암흑같은 시간속에서도 저는 늘 사람들 곁을 떠나야 했지요.
그 여러 날들에 대한 아쉬움에 대한 글입니다.
저는 저만 알아듣는 에세이, 내 사람들만 이해하는 이야기가아니라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하지만 여전히 어렵습니다. 모두가 공감 할 수 있는 이야기로 곧 돌아올게요.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