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들고나디는 몇 가지에 대하여
내가 요즘 일주일에 5일, 주야장천 들고다니는 가방은 빨간 에코백이다.
물론 한국에서 가져온 가죽 소재의 명품 가방도 몇 있지만 평소엔 영 손이 가질 않는다. 나같은 일상 생활인에게는 덥고 습한 날씨에 무겁고 장식적인 가방은 그저 예쁜 장식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작년 초 입싱하자마자 P.S CAFE에서 구매한 이 35불짜리 에코백은 두껍고 튼튼한 캔버스 소재로 노트북과 책 2권 정도는 너끈히 들어가서 일상용으로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중간에 갑자기 장을 볼 일이 있어도 장바구니 대용으로도 훌륭한 수납력과 짱짱함을 자랑한다.
사용해보다보니 너무 맘에 들어서 다시 재판매하기만을 기다렸다(연말에 기부용도로 한시적 판매) 온라인으로 판매정보(온라인에서 주문, 특정 브랜치에서 픽업)가 떠서 바로 구매버튼을 눌렀다가 실물을 보고 반품을 하고 말았다. 올해 제품은 색감이 참 잘 빠졌는데 재질이 전보다 얇아져서 매력도가 현저히 떨어졌달까.
아무튼 내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이 에코백 안에는 항상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들이 몇 가지있다. 핸드폰, 지갑, 열쇠외 꼭 필요한 물티슈와 크리넥스.
싱가포르에는 우리나라 푸드코트와 비슷한 호커센터가 HDB주변이나 크고 작은 몰에서 자주 찾아 볼 수있다. (싱가포르는 보통 식당에서 먹으면 팁 문화는 없지만 10%의 Service charge와 7%의 부가세 GST, 이렇게 17%나 붙어 실제 먹은 금액보다 꽤 늘어나는 경험을 한다) 일반 식당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골라먹는 재미도 있기 때문에 싱가포리안은 물론 외국인도 자주 애용하는 곳이다.
싱글리시에는 'chope'라는 표현이 있는데, 호커센터의 빈 테이블에 티슈 같은 것을 놓는 자리표시를 나타낸다.(싱가포르에는 'Chope'라는 식당 예약 및 배달 사이트가 있을 정도) 사람이 없는 테이블에 티슈나 작은 물건 등은 놓여져 있다면 어떤 사람이 그 자리를 미리 '찜'해 놓고 음식 주문을 하러 간 것임에 틀림없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그런 자리에 앉았다가 정색하고 온 자리 주인에게 쫓겨나는 메뚜기(?) 경험도 몇 번 한 적 있다.
그리고 이런 호커센터에서는 따로 물이나 티슈 등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요즘 시국에 찝찝한 손과 테이블을 닦을 물티슈와 음식먹을 때 흐르는 땀과 입을 닦을 용도의 티슈는 내게 초필수다. 게다가 현지인들처럼 자리맡을 용도로도 이것들은 한 몫 하기도 한다.
다음은 급할 땐 가끔 빼먹기도 하지만 주로 가지고 다니는 목록들이다.
- 마스크 : 코로나시대에 이제 한 몸이 되어버린 마스크. 덥고 습한 날씨에 혹시나 더럽거나 망가질 수 있고 아이들은 가끔 힘조절을 못해 끈이 끊어지기도 해서 여분의 마스크도 가지고 다니는 편이다.
- 3단우산 : 쨍쨍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갑자기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가 내리는 이 나라에서 우산은 은근 필요한 가방안 소품이다. 특히 손바닥만큼 접히고 초경량의 미니 사이즈가 제격이다.
- 폴더형 장바구니 : 비슷한 맥락으로 접었다 펼쳐서 쓸 수 있는 장바구니 하나쯤 툭 넣고 다니면 에코백과 함께 비닐봉지없이 왠만한 장을 보거나 쇼핑을 한 후 물건을 넣는 용도로도 요긴하다.
- 선글라스 : 햇살 따가운 이 곳에서 평상시 에코백에 모자가 내 기본 장착템인데 모자를 안 쓸 때는 선글라스를 쓰기도 한다. 멋이라기 보단 순전히 강렬한 적도의 태양에서 내 눈을 보호하기 위한 장비다.
당신 가방의 일상생존 아이템은 어떤 것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