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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신 Sep 19. 2021

어마어마한 월세살이

상상을 초월하는 싱가포르의 월세는 연일 고공행진 중

벌써 싱가포르에 온 지 1년 9개월. 나는 현재 발코니가 있는 콘도 2 베드룸에 살고 있다. 입싱할 때만 하더라도 이 정도라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다.(우리는 보통 오디오북을 들으며 같은 방에서 자다가 아이들이 잠들면 다른 방에서 자는 패턴) 게다가 남편은 한국을 자주 오가는 상황일 테니 셋이서 살기에는 괜찮을 거라고 말이다.

 

작년 초만 하더라도 코로나 여파가 설마 여름방학까지 갈까 했는데 그게 어느덧 한 해를 넘기고 지금까지 와버렸다. 여행은 언감생심, 행여 방학이라 한국에 다녀올까도 생각하다가도 양국 자가격리 때문에 날려먹을 시간(현재는 다소 완화되었지만), 싱가포르의 입국허가가 제때 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어김없이 싱가포르콕행이다.   


하지만 툭하면 락다운이 걸려 외출을 자제하라던가, 오프라인 수업을 온라인 수업으로 돌리기 일쑤여서 자연스레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동선이 자꾸 겹치고 북적거리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또한 한 번씩 외국 친구들과 플레이데이트라도 할라치면 방다운 방(우리는 방에서는 잠만 자고 공부나 숙제는 거실 식탁에서 같이 함)도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아서 신경이 쓰였다. 

곧 있으면 재계약의 시즌도 돌아오는데 이래저래 조금 평수를 늘려 방 3개의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또한 지금의 집 역시 가격이 많이 올라 재계약 시에는 가격을 올려야 할 판이었다. 무엇보다 오차드 메인 시내에서 가까운 곳에서 한 번 살아보고픈 욕구도 한 몫했다.   

때마침 집주인 측에서도 집을 매매하게 되었다며 혹시 계약일보다 몇 달 빨리 빼줄 수 있냐고 의사를 물어와서 우리는 이사계획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면 우선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부동산 매물 사이트인 'Property Guru'에서 이 잡듯 샅샅이 뒤져 괜찮은 매물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 그리고 왓츠앱을 통해 해당 에이전트들에게 톡을 주르륵 날린다. 이사날짜, 원하는 금액, 인원수 등의 간단한 정보에서부터 직업군, 예상금액, 애완동물 유무, 현재 사는 곳 정보 등 신상을 터는 것처럼 아주 상세히 우리의 정보를 요구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중에서는 반 이상은 이미 예약 중이나 계약 체결이라든가 날짜가 맞지 않거나 해서 만나기도 전에 챗 상에서 어그러진다. 그중 운 좋게 남은 반 정도라도 약속을 잡고 직접 가서 보면 거리상, 편의상, 구조상 정말 아닌 집도 상당해서 대부분 또 탈락. 게다가 매물도 많이 나와있지 않아서 울며 겨자 먹기로 고르고 또 골라야 했다. 그렇게 지난 두어 달은 그야말로 일주일에 한 두어 번 꼴로 집을 보러 다니는 전쟁을 치렀다. 


코시국으로 인해 싱가포르에서도 이제는 재택근무가 잦아지고 갑작스러운 락다운 발동으로 인해 이제는 집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할 하는 필요성과 중요성이 늘어나면서 집값이 계속해서 상승 중이다. 불과 내가 몇 달 전 보던 콘도의 가격이 현재는 몇 백 불, 많게는 천불씩 올라가는 걸 보자니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질 뿐.

 

기본적으로 교통편의가 그나마 괜찮은 시내 근방, 방 3개,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퍼실리티가 갖춰진 콘도를 찾으려면 최하, 최하!! 4500불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대충 감이 오는지. 일 년에 5천만 원 정도를 집값으로 고스란히 날리는 셈이다. 특히 주재원으로 나와있지 않고 나와 같은 유학 목적으로, 즉 자비로 살고 있는 가족에게는 그야말로 피 같은 돈이 공중으로 흩어지는 셈이다.(자꾸 눈앞이 흐려져 이쯤에서 그만...)

물론 예산의 문제만 없다면 원하는 집은 얼마든지 구할 수는 있을 테지만 한정된 바운더리 안에서 원하는 집 찾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한 달에 몇 천불씩 내고 사는 공간인데 한 번 보고 덜컥 결정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망설이다 보면 그새 가격이 올라있거나 매물이 팔려버리는 일도 허다하다. 그래서 원하는 곳을 얼른 선점하여 재빨리 계약을 따내는 게 돈 아끼는 지름길인 셈이다. 


그렇게 몇 달을 걸쳐 몇 십채의 집을 찾아 헤맨 결과 두 세집들이 추려졌다. 그중 최종 선택은 내 입장에서 성심성의껏 응대해주는 에이전트 쪽으로 확 기울었다. 그는 중간에서 조정을 잘해서인지 내가 요구하는 조건 대부분을 집주인이 군말 없이 다 수용하여 드디어 계약서의 사인을 하게 되었다. 

확실히 내 집이다 느껴지는 곳은 분명 나타나기 마련이다. 






메인 이미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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