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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신 Sep 22. 2021

Listen Carefully, 총체적 억양 난국

4개 국어가 뒤섞인 이 나라, 하루하루 영어듣기평가 중

다음 중 가장 영어가 잘 들리는 순서는 무엇일까?


1. 호주식 억양이 강하고 매우 빠른 속도의 학교 담임선생님

2. 말끝마다 ~lah, ~ya를 내뱉는 싱글리시 은행 직원

3. 동사를 두 번 쓰거나 주어나 목적어 등을 과감히 생략하는 중국식 영어의 캐셔

4. 강한 악센트와 높낮이가 요란한 인도식 영어의 시큐리티 직원


정답은...

모두 잘 안 들린다.

적어도 미국식 영어에 익숙한 이제 갓 싱가포르에 온 나 같은 영어 초보자 같은 사람에게는.  

그중에서도 최악은 싱글리시가 섞인 인도식 영어 구사자와 전화통화. 이 때는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겠다. 오죽하면 걸려오는 전화에 공포증이 생길 지경이다.

사람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영어 듣기 서바이벌에 도전하는 것 같다. 귀를 최대한 쫑긋,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잘 파악해서 들어야 한다. 분명 문법에 맞는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억양 차이에서 오는 간극이 너무 심해 얼굴에 항상 물음표를 달고 살아야 하는 신세다.

뭐라고??


싱가포르의 인구 구성은 전체의 3/4를 차지하는 중국인을 비롯, 원조 정착민인 말레이계가 두 번째, 세 번째로는 인도계로 인도 국외의 사는 인도인 중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따라서 싱가포르는 공용어로 영어, 말레이어, 중국어, 타밀어 이렇게 무려 4개 국어를 쓰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일상생활에서는 영어가 가장 많이 쓰이고 있지만 대중교통시설이나 국정정책 등 공식적으로 이용하는 문구에는 4개 국어가 어김없이 포함된다.

싱가포르 내셔널데이 때는 70세에도 매우 정정한 리센륭 총리가 무려 3개 국어로 국정연설을 하는 포스 넘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싱가포르 국가는 심지어 말레이어로 부르는 것이 기본이다.)


 

이렇게 다민족인 나라에서 영어를 기본 언어로 쓰고 있지만 그들도 본국에서 쓰던 억양과 특유의 문화가 접목되어 신개념의 영어를 만들어 쓰고 있다. 왜 한국인들도 우리만 통하는 콩글리시를 많이 쓰고 있지 않은가.

물론 싱가포르 정부에서는 싱글리시 사용을 배제하고, 공공 방송 기관에서는 중국어 방언 방송이 금지되어 있다. CNA와 같은 국정방송에서는 깔끔한 미국식, 영국식 영어들을 앵커들이 매우 잘 구사한다.

싱가포리안들도 회사나 미팅 등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멀쩡히 영어를 잘 구사하다가도 사적인 자리에서는 싱글리시로 일부러 더 걸쭉하게 이야기한다고. 서울말을 잘 쓰던 부산 사람도 고향사람을 만나면 사투리를 일부러 더 억세게 말하는 것처럼 싱글리시는 그들만의 정체성이며 자부심인 것이다.

   

싱글리시의 가장 큰 특징은 문장 끝에 강조를 나타내는 ~lah, ~leh, ~lor 등을 붙이고 억양에 따라 다른 의미와 뉘앙스가 있다. 그리고 말레이어, 중국어 표현이 섞인 표현도 일상생활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  


Yar?=Yes

Sorry lah= Sorry

Can lah = I can

Can lor = I think so

Can hor? = Are you sure?

OK lah = Okay

leh? = why...(자신에게)

Alamak = Oh my!

makan = food

tabao = take out


내가 들리는 게 이 정도이지만 실제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그저 눈치껏 상황 파악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렇게든 저렇게든 통하는 싱글리시가 슬슬 정겹기까지 하다.



 이미지 출처 : pix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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