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작 Apr 26. 2024

남자 상사

경단녀의 밥벌이 이야기 17

비가 몇 번 오더니 여름 같은 봄이 됐다. 벚꽃은 찰나였다. 편안하게 벚꽃을 감상할 없는 날들이 지속되었다.


일전에 말한 그 일이 완전히 끝매듭 지어지지 않았고, 회사에서는 눈치 아닌 눈치를 보고 있다.

내 잘못도 아닌데라고 말한들 억울한 마음만 일어서 그냥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나에게는 여러 상사가 있었다. 아르바이트 시절까지 더하면 남녀 성비가 대체로 반반이었다.

그런데 주로 사장이 남자였고 나의 직속 상사는 여자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남자인 상사와 마주할 일이 거의 없었으며 출판계에 들어온 뒤로는 더더욱이 남자와 일할 일이 없었다.


물론 영업하는 분들은 대체로 남자 분들이었지만 업무에서 직접적으로 소통할 일이 없었고

경력 단절 전에는 어렸으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출산 전 마지막으로 모셨던 상사 역시 여자분이셨다.

편집장이면서 거의 사장님이셨는데 술 담배를 좋아하셨고 사람을 좋아해서 똑같이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했던 나는 상사와 함께 여러 작가를 만나러 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이 좋아서, 그 기억이 좋았어서 다시 일하고 싶었던 마음이 간절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내 직속 상사가 남자 분이다.


아빠 없이 자랐던 나는 어른 남자가 참 어렵다. 여자 어른도 어렵지만 대체로 난 그들을 이해해 보려 애쓸 수 있고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어른 남자는 정말 모르겠다. 그들은 왜 저런 생각을 하는지. 왜 저렇게 하는지. 왜 저런 태도를 가지고 사람을 대하는지.


첫 출판사 입사 시절 아주 잠깐 남자 사장님이지 편집장님과 일한 적이 있는데

그분은 부하 직원을 어려워했다. 출판사를 차리신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편집부 주간 출신이셔서 그런지 몰라도 뭔가 텡쇠 같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모시는 남자 사장님은 입사한 지 일 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도통 속내를 모르겠다.

모를 뿐만 아니라 조금 무섭기까지 하다.


여전히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 주지 못해서 나를 대하는 것이 그렇게 벽창호 같으신 건지... 원래 그러신 건지 모르겠다. 몇 번의 실수(나는 실수라고 생각 안하지만)로 나를 데퉁바리 보듯 보는 것도 내심 억울하다.


이런 와중에 오늘 워크샵을 간다.

술 마시고 취한척 속내를 말하면 더 찍힐 것 같다.

그냥 한번 들이받을까 생각도 한다.


원래 이런 회사 워크샵 같은 걸 좋아했던 나인데

마음속이 복잡하고, 심란하기만 하다.


오늘 사고 한번 칠까?




*어휘 풀이

데퉁바리: 말과 행동이 거칠고 미련한 사람.

벽창호: 고집이 세며 완고하고 우둔하여 말이 도무지 통하지 아니하는 무뚝뚝한 사람.    

텡쇠:  겉으로는 튼튼하게 보이지만 속은 허약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상사

#사회생활

#경단녀

#이혼후삶

#재취업

이전 16화 내가 보험설계사라니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