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사정을 말하기 어려운 이유
경단녀의 밥벌이 이야기18
사진 출처 @bebe_the_ori
솔직함은 자존감의 증거이자 자기효능감의 표현 중 하나다. 자존감이 부족했던 나는 늘 솔직하지 못했다. 리플리 증후군 마냥 거짓말을 하던 어린 시절 그 폐해가 자못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된 후 아예 함구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상대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솔직히 말하는 대신 덮어두기로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쌓이는 앙금과 스트레스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풀게 됐다.
세상 최악의 성격 유형인 거 나도 안다.
나도 전혀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좋게 한 번, 진지하게 한 번. 마지막으로 한 번, 이렇게 세 번 정도 얘기하는데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다 바뀌지 않는다라고 판단한다.
지지난 주 워크샵은 무사히 끝났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업무 관련해 손발이 맞지 않은 적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대표님의 지시가 부당하다 느낀 적이 있다. 그때 최대한 예의를 갖춰 좋게 장문의 편지를 작성해 드린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워크샵에서 취기와 분위기를 빌려 진지하게 얘기하려고 했는데... 관뒀다. 정확히는 그럴 겨를이 없었다.
솔직하게 나한테 왜 그러시냐고 감정을 얘기를 하기도 전에 블랙아웃이 돼버렸다. 초저녁부터 술을 너무 달리는 바람에....
다음날 머리를 쥐어 뜯으며 단편적인 조각들을 힘겹게 연결해 보았다.
대게에 술을 마셨고.. 대게 사주셔서 감사하다고 딸랑거렸고.. 게임을 했고.. 벌주도 마시고.. 그 와중에 손병호 게임에서 대표님이 나 싫어하는 사람 접어 했는데 저요!! 하면서 접었던 것까지 회상에 미치자... 한 시라도 빨리 그 자리에서 탈출하고 싶어졌다.
그런 거에 꽁하게 담아두는 분은 아니시겠지... 애써 자위했지만 어쩐지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대표님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냉랭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다 며칠 전 대표님께서 우리가 겪고 있었던 불편한 이슈에 대해 이제 해결된 거 같으니 작가님께 다시 마음껏 홍보 재개하시라고 말씀드리라고 지시하셨다. 이제 그 일은 끝난 것 같다며.
그 뒤로 나를 대하는 태도가 이슈 전으로 돌아온 것 같은 건 기분탓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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