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유기

경단녀의 밥벌이 이야기 21

by 시작

느낌 좋은 2025년이 마지막 글이란 게 실화냐...

벌써 반 년 지난 거 소오름.


느낌 좋은 2025년.

정말 말이, 믿음이 미래를 만드나 보다.


2025년에 요리책을 연달아 작업하느라 정말 영혼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었다.

다른 인문서, 에세이, 어린이책 등을 작업하는 편집자들의 고충도 나름 있겠지만 도서 편집 분야에서 가장 높은 난도의 작업은 역시 실용 분야가 아닐까 싶다.


내 샬레 같은 얕은 지식으로 경제 분야 작업은 어렵겠지만

요리책은 어느 정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이게 맞나?, 이거 맞아?' 싶을 만큼 몸과 마음이 부서지는 나날들을 보내며 책을 만들었다.


책만 만드나.. 그 와중에 또 다른 새 책 기획도 해야 하지.

회사에 크고 작은 이슈들이 있었지.

주말엔 아이와의 면교도 있지.

(변명 중)


그래도, 그렇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아이를 만나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래서 평일에 이 악물고 일했다.


다행히 연초에 출간한 책들이 계속 베스트셀러로 랭크 중이다.

요리책 말고 어린이책도 베스트셀러가 돼어 드디어 본업 모먼트 실력 발휘했다고 혼자서 뿌듯해했다.


그러다 최근 같이 일하고 있던 편집자 분이 그만 두시기로 했다.

나 역시 작년에 겪었던 비슷한 일을 겪게 되어 진짜... 하 .....^^;;;

회사에선 의연한 척했지만, 집에서 얼굴 시뻘개져서 술을 세 병이나 먹고 울분에 찬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버틴다.

덤벼라 세상아 그런 느낌으로 버텼다.


자식도 떼어놓고 일하겠다고 나온 어미가

이 정도로 힘들다고 그만둔다면... 사람이 아니다.

난 어째뜬 끝을 볼 거다.


일도, 자식도.

최선의 상태로 돌려 놓을 거다.


그런 의지의 표명으로 오늘 드디어!! 작년부터 고민하고 미뤄왔던 개명 신청도 했다.

늘 시작하는 연못 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걸렸다.

시작만 하고 끝을 못 보는 것 같아서.


내 이름은 지금은 돌아가신 둘째 큰아버지가 지어주셨는데.

호적에 올라간 이름의 뜻은 처음 시작하는 연못이고, 집에서 불리는 호는 윤택한 강물이었다.

개신교인 엄마는 내 이름의 뜻을 성경에서 찾아 알려 주었다.

"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그런데, 난 언제나 미약하나/ 여기에서 끝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처음엔 내 끈기 부족이라 자책했고, 나중엔 이름 뜻 때문이라 원망했다.


사람이 80년을 산다면, 난 이제 반을 산 건데

나머지 반마저 불평만 하면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바꾸어 보기로 했다. 가수가 노래 따라간다는 속설처럼 사람도 이름 따라 가는지.

물론 노력도 할 것이다. 개명 전 이름일 때 뿌려둔 씨앗을 개명 후 거둬드리는 형국일 수도 있다.

그래도, 챗지피티가 알려준 대로. 정말. 대길이면 좋겠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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