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경단녀의 밥벌이 이야기 22

by 시작
어떤 부사들은 마치 기별도 없이 문앞에 당도한 고향 언니의 택배 상자 같습니다. 칠십대의 현역 가수는 생의 불가사의에 토 달지 않는 편안함, 그럼에도 시무룩한 젊은 기세가 느껴지는 말투로 '톡톡 도무지 문득' 같은 말들을 발랄하게 내뱉었습니다.


<의젓한 사람들> _양희은 인터뷰 중에서


최근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실패한걸까 아니면 성공 중인걸까. 이혼 직후엔 결혼 생활에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양육하고 있지 않으니 엄마로서도 실패했다고 생각했고.. 애써 그런 마음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기획들도 잘 되어 베셀도 여러 권 냈고 기획자로 편집자로 잘해내고 있을 때는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였다.


그런데 섭외도 잘 안되고 베셀도 안 나오는 요즘

다시 한번 자괴감이 고개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거봐 넌 실패했어' '기껏 이런 거나 하려고 이혼한거야?' '니 능력은 여기까지라니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러다 최근 유튜브 채널 아는 변호사를 알게 됐는데 이 언니 말이 진짜 띵언 그 자체다. 그분도 자녀 세 명이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혼하셨는데 인생 바닥을 찍고 이혼 직후 삶을 다시 최고의 경지로 이끌어올리는 데 성공하셨다. 자기를 알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해 자신을 세운거다.


이립

공자는 서른살에 자립한다고 했는데

나는 아직도 이립하지 못한건가 10년이나 늦게 시작했는데 정말 늦은거였을까 우울했다. 근데 아는 변호사 언니를 보고 저렇게 공부 많이 한 사람도 30넘어 흔들리고 40 넘어 성공을 이루는데 나도 아직 늦은게 아니다. 죽기살기로 변하고자 노력하면 된다. 고 다시금 맘을 다잡는다.


공자가 말하길 어진 사람은 난관의 극복을 제일 중요한 일로 생각하고 성공 여부는 부차적인 것으로 여긴다고 했다


그동안 여러 퀘스트를 내 방식대로 깨온 것이다 아직 게임이 끝난 게 아니니 게임에서 졌다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그저 이 지리한 퀘스트를 군자의 자세로 달관하여 혹은 명랑한 플레이어처럼 인생이란 게임을 의연하게 마치고 싶다. 거창한 성공을 바라고 있지만 제발 노후는 명랑한 할머니로 마감할 수 있길... 그렇게만 되도 성공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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