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삼십대 후반 취준생

나이가 대수냐

by 시작

며칠 전 H와 M을 만났다.

M이 운영하는 광주 미용실에 찾아갔다.

근 10여 년동안 세네 번을 채 못 만났는데 올해만 두 번째다.


실은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기 때문에 아침에 무척 고민스러웠다.

H에게 졸음 운전을 할 수 없으니 못 가겠다고 하자 컨디션 관리를 잘했어야지!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역시나 그녀는 호되다. 하긴, 나도 약속을 못 지키거나 안 지키는 게 정말 싫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나 못 지키는 것이나 결과적으로 같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약속은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아무튼 커피를 때려가며 열심히 달려가 늦지 않게 그녀들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도 스스럼 없고 참 편한 사이다. 하는 얘기는 매번 비슷하지만 늘 새롭고 재밌다.

그러면서 내 구직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면접 본 곳에서 나이 때문에 잘렸다는 얘기를 했다.

내가 원해서 들어가게 해달라는 것도 아니었고, 순전히 아는 분이 오라고 해서 간 거였는데(내가 구직활동 하는 걸 아시고) 그곳의 나이 지긋한 인사 부장님이 면접을 보시고는 내가 간 뒤에 나이가 많고 경력 단절 기간이 오래돼서 극구 반대를 했다나.


그게 벌써 한 달 전 일인데 나는 그 뒤로 한 달 동안 많이 위축이 되었다.

한 곳에서 오래 일한 건 아니지만 그 전 직장 경력만 해도 8년이고, 나름 일 잘한다고 인정도 받았드랬다.

프리랜서 일도 4년 가까이 했으니 도합 12년의 경력인데 사실상 직장생활을 한 지 8년 지났으니 그건 또 다른 문제인가 보다. 그 사이 나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사실상 아무것도 아닌 셈이 됐다.


솔직히 그 뒤로 다른 곳의 면접을 두 군데나 더 봤다.

그런데 두 군데 다 하는 말이 같았다.


"그런데 나이가 좀 걸리네요."


아니, 이력서에 나이가 나와 있는데 나이가 걸리면 왜 부른거지?


분노와 원망, 짜증이 가득했다.

그러다 이내, 직접 만나 보니 내 나이를 상쇄할 만큼의 매력을 못 보여 주었구나. 라는 생각에 의기소침해졌다.


나 잘할 수 있어! 능력을 보여줄게! 외쳐봤자 마흔을 바라보는 경단녀에게 세상은 쉽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 내 이야기를 들은 H는 "나이가 대수야? 지들은 젊대?"라며 위로해 주었다.


그래! 내가 경단된 동안 축적한 연륜, 지혜, 경험!

다 포텐 터뜨려서 성공해 주마. 너희 없이도 보란듯이 말이야!


그렇게 다짐하는 이 순간, 타자를 치며 눈물을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