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언제나 날 무너뜨리곤 했다.
철옹성 같이 단단한 마음을 쌓아도
벽을 무너뜨리는 대신
빗물처럼 그 벽을 적셔버렸다.
사랑이 뭔지 아느냐 했을 때
"이런 게 사랑 아니에요?"라는 너의 말은
솟아오른 물줄기가 흩어지는 모양처럼
나를 가장 바닥부터 무너뜨렸다.
생각해보면 이전에도 그 이전에도
나는 네 앞에서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꽁꽁 싸매서 보이지 않게 만든 뇌관을
너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언제쯤이면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까.
언제까지 무너져 내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