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리 슬픈 것인지는 모르겠다. 1년 동안 지지고 볶고 살았던 아이들과 헤어지는 건, 아쉬움이 가득한 일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지만 졸업을 시키는 일은 유달리 슬프다. 근 한 달 간은 차를 운전하면서, 연구실에서 복사를 하면서, 교실에서 애들끼리 투닥거리는 걸 보면서,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면서, 모든 순간순간마다 졸업식 풍경이 그려지며 자꾸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오늘이 한 해의 마지막 날이지만 교사들에게 진짜 마지막 날은 졸업식 혹은 종업식 날이다. 그렇기에 나에게 오늘은 큰 의미는 없다. 지금도 (앞글에서 말했듯) 조퇴하고 학교를 벗어났지만, 학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카페에 앉아 학급 문집을 편집하고 있다. (노마드 시대의 단점은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주말 동안 졸업식 물품도 사고, 졸업식 때 쓸 영상과 슬라이드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나에게 의미 있는 날은 아마도 1월 5일, 다음 주 수요일이 될 것이다.
가장 어려운 일은 편집이 아니라 가장 마지막에 쓰는 내 글이다. 보통 아이들 글 가장 마지막에 내 이름을 붙여 우리 반 친구들에게 편지를 쓴다. 어떨 때는 글일 술술술 나오고, 어떨 때는 조금 형식적으로 쓰기도 한다. 경험 상, 아이들을 졸업시킬 때 글이 잘 쓰였던 것 같다. 아마도 다시는 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 그 마음이 반영된 것이겠지. 그런데 올해는 왠지 부모님들께도 글을 쓰고 싶어졌다. 사실 부모님 한 분 한 분께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는데, 공통적인 내용을 우선 쓰고, 미처 말하지 못했던 아이에 관한 진짜 이야기를 적어서 드리고 싶었는데, 그 간절함보다 나태함이 이겨버려서 올해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부모님께 쓰는 편지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다시 도전(?) 해 봐야지.
부모님께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아마도 얼굴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작년에도 6학년을 했지만 그 친구들은 2학년 때 담임을 했던 친구들이라 부모님 얼굴을 대부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코로나로 학교 상황은 힘들었어도 부모님들 대하기는 좀 더 편하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는 개교학교인 데다가 한 번도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으니, 전혀 얼굴을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그게 너무 서운하고 속상했다. 1년에 한두 번 마주하는 사이라도,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는 일의 위대함을 잘 알고 있기에. 그래서 이 아쉽고 슬픈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고 싶어, 문집을 편집하다 말고 부모님들께 편지를 먼저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