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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lli Dec 31. 2021

마지막 날에는 무엇을 하시나요(1)

딸기타르트를 먹습니다

오늘은 3가지 실패를 했다.


첫 번째, 수업이 끝나자마자 졸업식 물품을 사러 나가려고 조퇴를 내고 행정실에 카드를 받으러 갔다. 그런데 오늘은 물건을 사면(결재하면) 안된다는 거였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으나 회계처리를 하기에 오늘 어렵다는 뜻, 그래서 오늘은 안되고 1월 1일 이후에 사야 한다고 해서 카드만 받고 나왔다. 같이 물건을 사러 가기로 한 선생님과는 바로 바이바이, 덕분에 여유가 생겼으니 이 실패는 뜻밖의 행운이라고 치자.


두 번째, 동네에 새로 생긴 도넛 가게가 있었는데 처음 그 도넛 사진을 보자마자 한 번은 먹어보고 싶었다. 난 도넛을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그 사이에 크림과 함께 있는 왕딸기들, 그리고 스트로베리 크로넛도 있다고 하니 그간 너무너무 가고 싶었는데 못 갔다. 오후 2시에 학교에서 나왔으니 오늘은 왠지 도넛이 남아있지 않을까 하여 (11시에 오픈이다) 바로 가게가 있는 골목으로 향했다. 차를 대고 들어서는 순간, 내 눈에 비친 진열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 없나요?" "... 네;;" 내가 서글프게 나올 때도 2팀이나 들어갔다. 한 해의 마지막 날에는 그렇게 다들 도넛을 먹으러 오나보다. 얼마 안 가 인스타에는 도넛이 품절되었다는 마감소식이 올라왔다. 그래도 나는 또 가고 싶은 카페가 있었으니 괜찮았다.


 번째, 학교 근처에 자주 가는 카페가  군데 있다. 올해 학교샘들이 알려줘서 가게  곳인데 커피가 부드럽고 브라운치즈 크로플이 있어서 요즘 종종 갔다. 주로, 포장이나 배달.  카페가 최근에 분점을 내고 가오픈을 했다. 분점을  공간도 원래 다른 카페였는데 경치도 좋고 장소도 넓어서 노트북으로  일이 있을  가끔 가곤 했다. 원래 카페는 망한 건지 여하튼 학교 근처 카페가 분점을 냈고,  장소의 편리함과 보증된 커피 맛을 알기에 학급문집 편집을 하려고 그곳으로 운전대를 돌렸다. 도넛은  먹었지만, 괜찮아 이제 크로플을 먹으면 되니까.  장소는 조금 외곽이라 운전을 조금 (아주 조금) 해야 했지만, 드라이브하는  좋아하니까 괜찮았다. 알던 장소라서 금방 도착했고, 현수막도 분점이라고 크게 걸려있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주차장에 차가 없는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대낮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라고 자기 편한 대로 생각했다( 편한 대로 생각하는  나의 오래된 습관이다). 차에서 노트북을 챙겨 카페 입구에 도착한 순간,  눈에 들어온 종이에는 '내일 정식 오픈' 위해 오늘은 운영하지 않는다는, 정비의 시간을 갖는다는 내용이었다. 아이고, 오늘은 연달아 되는 일이 없구먼.


카페 인스타를 확인하니 본점은 정상 운영한다고 쓰여있길래, 결국 나는 학교 근처로 돌아왔다. 그리고 매일 그렇게 먹던 브라운치즈 크로플 대신 '딸기타르트'와 라테를 주문했다. 겨울에는 늘 딸기가 먹고 싶으니까. 안 그래도 어디 들러서 딸기 케이크를 살까, 마지막 날이라는 걸 핑계 삼아 딸기 케이크를 잔뜩 먹을까, 라고 한참 고민하고 있었으니 딸기타르트는 나도 어찌할 바 없는 선택이었다.


딸기는, 나에겐 무조건 정답이다.

딸기를 먹으려고, 그렇게 내가 돌고 돌았나 보다.

한 해의 마지막 날, 결국 나는 성공했다.


딸기 만세

딸기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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