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유급식 신청서 나누어 주셨나요? 태현이가 안 가져와서요.’
‘선생님, 저 주간학습안내 못 받았어요.’
‘선생님, RCY신청서 한 장 더 없어요? 잃어버렸어요.’
집에 가기 전, 알림장을 쓰는 시간에 우리 반은 안내장을 나누어 준다. 하루 평균 3장 정도의 안내장을 받아 가는데, 언제나 아이들이 가고 나면 바닥에 몇 장이 굴러다닌다.
‘이러니 엄마들이 못 받았다고 전화를 하지...’
이런 일이 반복되자 뭔가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오늘 나누어 줄 안내장은 5장이에요. 근데 오늘부터는 안내장 받으면 위에 이름 먼저 쓰세요.”
“왜요?”
“너희들이 너무 많이 놓고 가서, 바닥에 떨어져있는 게 누구껀지 확인하려고!"
"아아."
"만약에 선생님이 안내장을 주웠는데 조주호라고 써 있다! 그러면 주호가 다음날 나머지 청소를 하는 거야.”
“흐익!”
아이들은 나머지 청소라는 말에 깜짝 놀라 열심히 안내장에 이름을 적었다. 그런데, 맨 앞에 앉아 있던 지유가 갑자기 낄낄 웃기 시작했다.
“히히히. 진짜요? 진짜 나머지 청소 하는 거예요?"
"그럼, 당연하지."
"그럼 난 조주호라고 써야지!"
지유는 자신의 안내장 위에 주호 이름을 쓰더니 안내장을 버리는 시늉을 했다.
“이렇게 하고 바닥에 버리는거야. 꺄하하하하.”
“와하하!”
아이들이 마구 웃기 시작했다.
“뭐야! 그럼 난 김지유라고 써야지!”
역시나 주호가 가만히 있을리 없었다.
“자, 그러면 지유랑 주호는 일주일간 나머지 청소!”
“아아~ 선생님 안돼요.”
두 아이가 기겁을 하며 지우개로 이름을 벅벅 지웠다.
오늘도 변함없이 귀여운 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