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배식이 거의 끝날 무렵 승훈이가 말했다.
"선생님, 지유 밥 안 먹어요."
고개를 드니, 지유가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지유 이리와 봐. 왜 밥 안 먹어?"
"기분이 나빠서 안 먹고 싶어요."
지유는 미간을 한껏 찌푸리고 말했다.
"왜 기분이 나쁜데?"
나의 물음에 지유는 봇물 터지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니이~ 이진욱이~ 제가 먼저 줄 섰는데 막 밀치면서 뒤로 가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아까 안내장 돌릴 때 다른 반 들어가도 되는 줄 알고 4반 들어갔는데, 연준이가 이렇게 막 옷을 잡아당겼어요!"
"아 그랬어? 지유가 그래서 기분이 나빴구나? 근데 진욱이랑 연준이 때문에 밥 안 먹으면 지유만 손해일 것 같은데? 오늘 엄청 맛있는 건데 어쩌나~?!"
지유는 순간 당황해했다. 그리고는 잠시 눈을 요리조리 굴리더니 말을 바꿨다.
"아, 아니, 4교시에 체육을 했더니 목이 아파요."
"그럼 보건실 다녀와."
"보건실은 안 갈래요."
"그래 그럼, 밥 안 먹어도 되니까 가서 앉아 있어."
"먹을래요."
"ㅡㅡ;;"
지유는 그렇게 말하고 배식차로 가더니 스스로 밥을 퍼갔다.
'뭐지? 이 당한 것 같은 느낌은...'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밥을 먹는 지유를 보았다. 지유의 표정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평온했다. 순간, 무언가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 그렇구나. 애들은 그저 선생님의 관심이 필요한 거구나.'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줬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대부분의 민원은 해결이 된다.
그냥 들어주기.
어쩌면 이게 교육의 해답 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