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태준영이 저보고 공부도 못하는 게 무슨 과학자냐고 무시해요.”
과학 실험시간, 같은 모둠이던 준영이와 시아 사이에 말싸움이 났다.
“뭐야, 무슨 일이야?”
“아니, 태준영이요, 자기만 실험 도구 만져서 나도 좀 달라고 했는데 안 주잖아요. 그리고 난 과학 좋아해서 과학자 될 거라고 하니까 넌 공부 못해서 안 된대요.”
시아는 그 말이 상처가 되었는지 울먹이며 말했다.
“태준영!”
"아니요... 그게 아니라..."
나는 둘을 데리고 나와 싸움을 중재했다. 그러나 시아는 아직 마음이 덜 풀렸는지 수업 내내 축 쳐진 모습이었다.
그 날 오후,
“선생님.”
아이들이 다 가고, 홀로 있는 교실에 시아가 찾아왔다.
“어 시아야, 집에 안 갔어?”
“네, 오늘 엄마랑 이모랑 보톡스 맞으러 가서 집에 아무도 없어요.”
“아 그래?”
“네, 엄마는 저번에도 보톡스 맞으러 갔었는데, 오늘 또 갔어요. 엄마가 예뻐지고 싶나 봐요.”
시아가 두 손으로 얼굴에 꽃받침을 만들며 말했다.
“선생님, 제가요 저번에 엄마 젊었을 때 사진을 봤거든요? 그런데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래? 왜?”
“저는요, 엄마가 원래 나이가 많은 줄 알았는데, 사진을 보니까 엄청 예쁜 거예요. 그래서... 엄마가 너무 불쌍했어요.”
밝았던 시아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때의 감정이 떠올랐는지 눈가도 촉촉해졌다.
“저는요, 나중에 크면 과학자가 돼서 늙지 않는 물약을 만들 거예요. 그걸 엄마한테 줘서 엄마가 늙지 않고 평생 저랑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 시아가 그래서 과학자가 되고 싶었구나?”
“네.”
나는 그제야, 그렇게 순하던 시아가 왜 준영이와 말다툼을 했는지, 왜 오늘 하루 종일 우울해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아이에게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은, 사랑하는 엄마와 헤어지지 않으려는 발버둥이자 간절한 기도였던 것이다.
오늘 또 한 번 느낀다.
아이들이 지닌 우주는 참으로 깊고 깨끗하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