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엔 아인이라는 아주 조용한 여자아이가 있다. 발표할 때 외엔 절대 말을 하지 않아 나도 목소리를 몇 번 들어보지 못했다.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니 더 신경 써서 지켜봤는데 아무래도 옆에서 종알종알 말을 걸어주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좋을까 고민하던 난 친구의 장점만을 보고 어떤 친구와 붙여놓아도 금방 절친이 되는 민율이가 떠올랐다. 랜덤을 가장한 자리 바꾸기 시간이 지나고, 민율이와 아인이가 짝꿍으로서의 첫 만남을 가졌다.
“안녕 아인아, 우리 이제 짝꿍이네?”
“...”
“나는 이번에도 맨 앞자리야.”
“...”
“아인아, 왜 그래. 어디 아파?”
“...”
“선생님!! 얘가 말을 안 해요.”
민율이의 고난이 예상되는 가운데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급식 메뉴로 방울토마토가 나왔다.
“선생님~ 바닥에 방울토마토가 있어요.”
민율이가 말했다.
“응, 누가 떨어뜨렸나 보다.”
“버려요?”
“응, 버리자.”
민율이가 허리를 숙여 방울토마토를 집으려고 하는 그때였다.
‘탁!’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인이가 갑자기 방울토마토를 발로 찼다.
“어? 아인아!”
민율이는 '내 앞에 있는 네가 정녕 아인이라고?' 하는 표정으로 아인이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이내 활짝 펴진 얼굴로 소리쳤다.
“어? 아인이가 토마토를 발로 찼어! 아인아! 너 정말 대단하다!”
뭐가 대단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민율이는 화를 내기는커녕 아인이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아인아, 다시 한번 해봐!”
다시 수줍음 모드로 돌아가 뒷짐을 지고 쭈뼛거리는 아인이를 민율이가 부추겼다.
“아인아 제발~ 한 번만 더 해줘. 응?”
할 듯 안 할 듯 망설이던 아인이가 움직였다.
‘탁!’
“꺄아아! 아인이가 또 찼어! 아인아 너 정말 장난꾸러기구나?”
그 날 난 아인이가 웃는 모습을 처음으로 봤다. 아인이가 탁! 하면 민율이가 까르르, 다시 탁! 하면 또 한 번 까르르. 이런 모습이 몇 번이나 반복되고 나서야 민율이와 아인이의 행복한 시간이 끝이 났다. 용기를 내 새 짝꿍에게 장난을 건 아인이, 그 모습을 보고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한 민율이. 어디 가서 이런 예쁜 장면을 볼 수 있을까? 선생님이 된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게 해 준 참 아름다운 아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