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지게 요가원의 가르침을 자체 거부한 나는 결국 낙오됐다. ‘그 시국’의 감염병에 걸린 데 이어 깁스를 차게 돼 지도자 과정 이수에 실패했다. 두 달이 지난 후에야 다시 맨 처음부터 나머지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대신 감염병을 계기로 만병통치이론의 일부를 믿게 되는 대대적인 변화를 겪었다.
요가 지도자 과정 수업이 시작됐던 2월은 국내에서 확진자가 제일 많이 나오던 시기였다. 일주일에 동기 서른 명 중 두세 명 정도 확진자가 돼 우리는 돌아가면서 비대면 수업을 들었다.
지도자 과정을 수강한 지 3주차 목요일 저녁, 술을 조금 마셨더니 머리가 아팠다. 원래 조금만 마셔도 머리가 핑핑거리는 스타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다음 날 아침, 온몸에 소름 돋는 느낌과 함께 오한이 들었다. 온종일 춥고 머리가 깨질 것 같은데 그 와중에 목구멍에서 타는 느낌이 나고 콧물이 줄줄 흘렀다. 냄새를 맡지 못해 식욕은 뚝 떨어졌다. 아무리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있어도 종일 추위가 가시질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 자가검사키트를 했더니 두 줄이 나왔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오미크론 유행에 발맞춰 보건소 PCR(유전자증폭)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일주일 동안 확진자를 업무에서 배제하는 좋은 제도를 마련했는데 근육통과 오한 때문에 이불 밖을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검사도 못 받았다. 검사를 받지 않은 상태라 회사에 얘기도 안 하고 뭔가 억울한 맘으로 어찌어찌 매일 할 일은 했다.
바로 이때 이상한 경험을 했다. 이틀째부터 머리 회전이 도대체 안 됐다.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데도 시간이 평소의 두 배 정도 걸렸다. 몸이 앓아 눕자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머리까지 컨디션이 나빠진 거다. 하루 12시간이 넘게 자고 일어나도 머리 회전이 통 안 됐다.
몸이 튼튼해 입원 한 번 하지 않고 30년을 버텨온 나로서는 참 이상한 경험이었다.
버티고 버텨내 격리해제 날이 왔는데 다리를 심하게 삐었다. 인대 3개가 전부 파열이라나. 바로 두세달 깁스 신세를 지게 됐다. 깁스를 차고 집에 있을 때는 못 느끼다가도 사람들이 바글한 도심에 나갈 때면 정신적으로도 위축되는 느낌이 들었다. 머리와 가장 멀리 있는 발목이 다친 건데도 이상하게 머리까지 활동성이 떨어진 것 같았다. 말로는 정확히 표현을 못하겠는데 아무튼 그런 느낌이 들었다. 물론 감염병의 후유증 때문일 수도 있다. 격리해제 네 달이 넘은 시점에도 여전히 증상이 남아있으니까.
한 달이 넘도록 몸과 머리가 둔해진 상태로 나아지지 않자 우연히 요가가 떠올랐다. 나는 다시 지도자 과정을 들을 때까지 두 달 동안 뇌과학, 건강과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읽었다. 이후에는 요가 관련 책들을 들여다봤다.
여러 권의 책을 읽었지만 여전히 요가 철학의 전부를 믿진 못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믿게 됐다. 몸과 머리가 이어져 있다는 것. 몸이 나빠지면 머리도 둔해지고 머리가(정신이) 아파지면 몸도 견디질 못한다는 것.
크게 다치고 크게 배우고 나서 나는 다시 요가 지도자 과정을 시작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