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엄마의 시선, 온종일 자유로운 발걸음을 내딛다

명절은 이제 마음속에서 접어버리자!

by 보라진




보통 나는 이른 아침에 일어난다. 새벽 시간은 나만의 시간이다. 그 시간은 엄마도, 아내도 아니다. 오로지 나 자신의 시간. 주어진 두어 시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읽기에 몰입한다. 집중도가 가장 높은 시간이기도 하다. 드립 해서 내린 커피 향에 조용하게 흐르는 음악. 내가 가장 관심 있게 읽고 있는 책이 나를 들뜨게 만드는 시간이다. 가족들이 하나둘씩 일어나는 소리에 그 흠뻑 빠진 시간에서 헤어 나올 시간이 된다.



전날 밤, 오랜만에 안사돈을 만나 그간의 소식들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늦게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우리 둘은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깼다. 집에서는 아침 시간이 되면 가족들 식사를 준비로 아침이 분주한데 여행 중에는 그럴 필요가 없기에 한가롭고 여유가 있었다. 두 엄마는 일찍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딸이 일어나기를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여행은 딸과 사위가 모든 스케줄, 숙박과 렌터카까지 예약을 했고 계획을 세웠다. 여행의 준비를 위해 예약하고 동선의 스케줄을 계획하는 일들이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아직 가보지 않는 곳을 계획하고 예약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변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했다. 정확히 이번 여행에서 어떠한 일이 펼쳐지게 될지 상상하기 쉽지 않았다. 그저 서로 배려하며 이해하고, 꿈같은 추억을 만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렇기에 두 엄마는 그냥 모든 마음을 내려놓고, 아이들의 진두지휘 아래 움직이면 되었다. 조금은 나이 먹은 노년의 기분이 들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딸과 사위 덕에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고맙던지. 우리의 나이에 여행사 패키지가 아니면, 이렇게 큰 땅덩어리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 모든 숙박과 교통을 알아보며 자유여행을 올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명절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은 내가 참 자랑스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우리의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에 딸이 일어난 것 같다. 숙소 근처에 아침부터 장이 선다는 정보를 입수한 우리는 구경도 할 겸, 간단한 아침을 마련할 겸 장을 보러 나갔다. 자유여행에서 좋은 점은 숙소 근처의 시장이나 마트에 들려, 그 나라에서 나오는 식자재를 직접 구매해보고, 간단한 요리도 도전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버스를 타고 유명한 관광지만을 방문하고, 먹을 걱정 없는 패키지여행도 그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조금의 여유를 두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것도 자유여행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IMG_2411.jpg 아침 장을 보며, 한 컷!





든든한 아침을 먹고 일정을 시작했다. 숙소가 로마 시내까지 걸어갈 수 있는 곳이라 오늘 일정은 뚜벅이로 관광을 하기로 했다. 나의 여행 성향은 역사 공부 파이다. 그 나라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며, 과거를 느끼며 그 나라의 역사를 생각해보는 것이 참 흥미롭다. 나는 여행을 떠나오기 전, 로마 역사를 공부한 것을 중점으로 볼 생각이었다.



로마 시내까지 셋이서 걸어오면서 사진도 찍고 주변 구경도 하면서 산책하듯 사뿐사뿐 걸었다. 두 엄마는 걷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걷고 걸어도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이것도 참 다행이었다. 만약 안사돈이 걷는 것을 힘들어하거나 했다면, 그때부터 서로를 생각하느라 불편한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함께 같은 마음으로 걸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걸을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꿈만 같았다. 서울에 있었더라면, 곧 다가올 명절 때문에 걱정이 한가득일 텐데...




IMG_2470.jpg 딸이 이탈리아에서는 젤라또를 꼭 맛보아야 한다며...




명절은 이제 마음속에서 접어버리고,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믿기지 않는 광경들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진에서만 보았던 콜로세움과 트레비 분수, 판테온 등 핸드폰을 열어 나의 사진첩에 저장하고, 또 마음에도 저장하며 로마의 역사 속으로 잠시 들어가 보았다. 여행에서 얻는 유익함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것이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얼마나 생생하게 그 현장을 느낄 수 있는지 말이다. 그렇게 로마의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았다. 나는 신앙의 역사의 한 부분인 사도 바울이 갇혔던 감옥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어서 그 당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셋이서 각자의 관심사를 갖고 온종일 걸었던 로마 시내를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에 숙소 근처에서 맛있는 파스타로 저녁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걷기는 정말 많이 걸었던 것 같다. 시차가 있음에도 그날 밤에 숙면했으니 말이다.




IMG_2635.jpg 거리의 꽃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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