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엄마의 시선, 꿈에 그리던 바티칸이 눈 앞에

딸이 철들어 가는 것을 느낄 때 한편 짠하기도 하다

by 보라진




어제의 고단함은 숙면으로 풀렸고, 시차로 인해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었다. 오늘은 오전에 바티칸 투어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살아있으면서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었던 바티칸이었다. 이런 기회로 오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도 못했지만. 교통편과 투어를 예약해놓은 딸만 믿고 안사돈과 넉넉하게 시간을 두고 준비했다. 혹시나 길이 막히거나하여 약속 시간이 다 되어 갈 때의 조마조마한 마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국외 여행은 패키지로 가는 것은 가능하나 자유여행은 꿈도 꿀 수도 없다. 다들 바디랭귀지로 하면 된다고 하지만, 언어는 나에게 너무나도 큰 장벽이다. 뿐만 아니라 길 찾기, 숙소 및 교통 예약하기 등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 그럴 나이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요즘 시대를 따라가기란 역부족인 것 같다. 요즘 시대는 요즘 시대대로 흘러가고, 나는 그냥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이런 나를 딸은 어떻게 생각할까? 나이가 들어가는 엄마로 그냥 이해하고 있을까? 아니면 답답하게 느끼고 있을까? 최대한 딸의 눈높이로 이 시대에 따라 살고 싶으나, 60년대에 태어난 내가 어찌 90년대에 태어난 딸과 같은 눈높이로 살 수 있으랴. 그저 마음뿐이다. 그래도 내가 아는 만큼 살아도 불편한 것은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딸이 예약해 놓은 택시가 제시간에 오지 않아, 조금이라도 늑장을 부렸으면 큰일 날 뻔했다. 겨우 제시간에 투어의 진열에 합류한 우리는 바티칸으로 향했다. 바티칸에 대한 역사를 미리 숙지하는 부분이 있었기에 얼마나 대단한지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바티칸은 베드로가 순교(AD64년 또는 67년)한 묘지 위에 성당이 건축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후로 확장되고 확장되어 지금의 바티칸이 된 것이다. 중세 때는 미켈란젤로가 천장화를 그렸다. 아주 간단하게 생각해 보더라도 이곳은 2000년 전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이고 500년 전 그림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건축과 그림들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건축물과 그림이 눈 앞에 있으니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고, 마치 당시 예술가들이 모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미리 공부한 지식에, 가이드의 설명을 덧붙여 그 시대를 조금이라도 더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싶었다. 지금 이 곳에서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분위기, 같은 여행객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자유로움. 이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닌가 싶었다. 우리 셋은 바티칸 박물관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각자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IMG_2697.jpg 박물관 투어가 끝나갈 무렵





네 시간의 바티칸 투어를 마치고, 자유롭게 주변을 걸어 다니기로 했다. 오늘이 로마여행의 마지막 날이기에 발길 닿는 대로 걸어보기로 했다. 안사돈과 이틀을 보내고 나니 처음 만날 때 보다 편해졌다. 두 엄마는 걸으며 보고 느끼는 대로 이야기를 나눴고,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며 힘든 날들을 어찌 견뎌냈는지 속내를 풀어냈다. 각각 살아낸 세월이 만만찮다. 미국으로 이민을 가신 지 35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하신다. 그곳에서 아들 셋을 낳았고 지금까지 살고 계시니 그간의 삶을 미루어 짐작해도 삶이 녹록지 않았으리라. 모든 사람이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듯이 안사돈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삶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나의 인생을 돌아보게도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IMG_2733.jpg 발길 닿는대로 걷기




딸은 두 엄마를 위해 맛있는 집을 찾아냈고, 찻집도 찾아내며 애쓰고 있었다. 두 엄마를 위해 딸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다. 딸이 결혼하니 뭔가 달라진 것 같다. 나를 이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결혼이 주는 그 무엇을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딸이 철들어 가는 것을 느낄 때 한편 짠하기도 하다. 그냥 모르고 살면 편할 수도 있는데 인생의 그 무엇인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그만큼의 무게가 무거워지니 말이다. 딸은 두 엄마와 여행을 하면서 어땠을까? 좋기도 하고 힘들고 어렵기도 했을 것이다. 두 엄마는 그걸 알고 있다. 두 엄마도 그런 세월이 있었고, 경험했으니까. 그래서 두 엄마는 딸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맘을 쓰고 있었다. 서로 배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IMG_2742.jpg 정신이 번쩍 들었던 커피 한 잔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에 나가면 저녁에 들어오니 고단해서 잠이 저절로 온다. 오늘 밤에 사위가 도착한다. 딸에게는 남편이고 나에게는 사위이고 안사돈에게는 아들이다. 그 한 사람은 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무사히 도착한 사위를 맞이하고 나는 꿈나라로 직행했다.




IMG_2828.JPG 또 이 곳에서 발길 닿는대로 걸을 수 있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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