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나의 시선, 시끌벅적한 나폴리의 매력

남편의 등장으로 한시름 덜게 되다

by 보라진



남편까지 모두 모여 완전체로, 여행이 시작되는 날이다. 또 다른 기대감으로, 하루를 맞이했다. 나폴리로 가는 일정이었기에, 정든 로마의 숙소에서의 짐을 정리했다. 3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마치 친숙한 동네와 집처럼 느껴졌다. 오늘 아침도 마찬가지로, 마지막으로 숙소 앞, 장터에 가 간단한 아침거리를 준비했다.



IMG_2831.jpg 간단한 듯 간단하지 않은 아침식사




짐을 정리하고, 숙소를 나섰다. 마지막 숙소를 둘러보며, 잃어버린 물건이 없는지 점검하는 것은 꼼꼼한 남편의 몫이었다. 이런 섬세함 때문에 남편의 등장이 나에게는 큰 힘이 되어준다. 우리는 각자의 짐을 가지고, 주차장까지 걸어갔다. 로마의 거리에는 출근하는 사람들, 가게를 오픈하는 사람들, 운동하는 사람들 등 여러 사람들의 곁을 지나 우리는 각자의 가방을 가지고 걸어갔다. 네 명이 각자의 짐을 가지고 로마 거리를 터벅터벅 걷고 있다는 사실이 참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혼자 계속해서 동영상을 찍고, 사진을 찍으며 주차장까지 도착했다.



IMG_2843.jpg 각자의 짐을 가지고 또 다른 곳으로 -




IMG_2862.jpg 주차장 앞에서 오늘은 커플룩으로 맞춰 입으신 두 엄마





나폴리까지는 약 2시간 30분 정도. 우리는 가까스로 로마를 빠져나와, 나폴리로 향했다. 시내를 빠져나오고, 고속도로를 달리니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들이 펼쳐졌다. 마치 한국과도 다르지 않은 풍경들 사이에서, 잠깐잠깐 보이는 이탈리아어의 표지판. 그리고 중간에 있는 간이 휴게소도 잠시 들렀다. 한국만큼 왁자지껄한 휴게소는 아니었으나, 편의점과 이탈리아의 기본적인 음식들로 구색을 갖춘 휴게소였다. 생각보다 조용한 차 안이었다. 남편은 새로운 곳에서 엄마들과 나를 태우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해야 하는 책임이 있으니,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엄마들도 각자의 생각에 잠겨 창밖을 바라보거나 했다.




우리의 두 번째 에어비앤비. 나폴리의 시내에서 살짝 변두리에 있는 곳이었다. 나폴리는 익히 들어왔던 것처럼 매우 복잡하고, 정리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 있었다. 집이 없을 것 같은 곳에 내비게이션은 목적지라고 계속 가리키고, 우리는 어떤 허름한, 관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정원이 있는 아파트로 들어가게 되었다. 아파트 안은 5층까지 있었는데, 나선형의 계단으로 엘리베이터도 없고,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아파트 같았다. 바닥의 타일들도 깨져있고, 불도 없었다. 호스트가 우리를 5층의 집으로 안내했다. 그런데 웬걸. 문을 여니, 겉모습과는 다른 너무나도 깔끔하고,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꾸며진 집이 나타났다. 집 밖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풍경의 모습이었지만, 정말 마음 한구석이 놓였다. 이런 것이 나폴리의 매력인가 싶었다.



IMG_3221.jpg 복층으로 꾸며진 숙소 내부




IMG_2874.JPG 나폴리에 왔으니 나폴리 피자로 점심!




처음에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나폴리'라 하면 왠지 모르게 파라다이스와 같은, 드넓은 바다에 여유로운 풍경이 떠올랐다. 하지만 갔다 온 사람들의 여행기는 매우 위험한 곳이니 소매치기를 주의해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자주 보았다. 그래서인지, 남편은 여자 셋과 나폴리 시내를 돌아다니려니 더 불안해하는 듯했다. 오히려 여행을 왔는데,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남편까지 오니, 나는 우리 엄마와 어머님 그리고 남편의 기분이나 여러 상태를 살피느라 바빴다. 무엇이 먹고 싶은지, 어디를 가보고 싶은지, 조금 휴식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 등. 하나부터 열까지 물어볼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서로를 생각하며 하나둘 나아가야 했다. 이러한 균형을 어떻게 맞추어야 할 것인지, 생각하고 생각했다.



IMG_2878.jpg 나폴리 시내




우리는 스파카나폴리로 향했다. 이곳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시민들이 주거지역이었던 나폴리의 구시가지 골목으로 예전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라고 들었다. 택시를 타고 나폴리의 스파카나폴리로 가는 내내 울퉁불퉁한 돌길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이탈리아에서 나름 큰 도시로 자리 잡고 있는 곳이, 거의 모든 도로가 덜덜거리는 돌길이라니. 거기다 오르락내리락, 주변인도 에는 차들이 주차되어있고, 오토바이도 엄청나게 많았다. 거기다 차도 많고, 신호도 잘 지키지 않고, 마구잡이였다. 유럽에도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참 생소하게 다가왔다.




IMG_2879.jpg 시끌벅적한 나폴리의 도로




도시가 복잡한 만큼 어두운 골목 사이로 곳곳에는 재미난 상점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소소한 작은 인형들을 만들어 놓은 가게, 장식품이 될만한 것들을 도자기로 만들어 놓은 가게, 또 우리가 지나치지 않을 수 없는 기념품 가게들까지. 정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남편은, 우리가 물건들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 주변의 상황을 살피고, 사람들을 살피느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남편은 아무 일 없이, 엄마들이 여행에서 놀라서 겁먹는 기억을 갖게 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 중인 것이었다. 나 또한 남편을 도우려고 하다가도, 예쁜 소품이 있으면 정신 팔려 바라보고, 엄마들도 들쑥날쑥하였다. 남편의 눈빛 덕분이었는지, 우리는 무사히 아무 일 없이 그 골목을 모두 안전하게 빠져나왔다.



IMG_2885.jpg 스파카 나폴리




IMG_2888.jpg 스파카 나폴리




엄마들은 하하 호호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앞서가며 웃고 또 웃었다. 나는 엄마들의 그런 즐거운 모습을 담기 위해 사진을 찍고, 또 함께 웃으며 그 즐거움에 합류했다. 해가 지기 전까지 시간이 남아, 우리는 내일 카프리섬으로 떠날 표를 사기 위해 항구로 향했다. 걷고 걷다 보니, 규모가 엄청난 항구들이 바다를 끼고 즐비해 있었다. 티켓은 시간마다, 또 여러 회사마다 있어 당일에도 표를 구매할 수 있었다. 우리는 표를 사고, 내일 타야 할 곳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IMG_2898.PNG 하하 호호 신난 두 엄마




해가 지고, 조금씩 어둑해져 갈수록 항구 주변의 음산함은 더해졌다. 나폴리는 음산하기도, 정신없기도 하지만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었다. 사람들의 자유분방함이 느껴졌고, 신호도 지켜지지 않아 눈치껏 다녀야 하는 도로들. 호락호락하지 않은 분위기. 정리되지 않은 도로. 내 안에 있는 도전 의식 같은 것을 건드리는 곳이었다. 그냥 한 달 정도 이런 곳에서 살아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매력들이 속속들이 숨어있을 것만 같은 느낌의 도시였다.



IMG_2903.jpg 항구 근처에서




우리는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렸다. 레스토랑에 가려고 했는데 뭔가 시간도 애매했고, 주변에 마땅한 식당도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마트에서 소고기를 사서 간단하게 구워 먹자고 하셨다. 소고기를 간단하게 구워 먹을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제일 나은 방법인 것 같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 그렇게 주변에 식당이 없었나? 하는 물음이 생긴다. 결국 소고기와 내일 먹을 간단한 아침거리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환풍기가 없는 주방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고, 어머님과 나, 그리고 남편이 소고기를 가지고 한참 씨름하는 동안 피곤했던 엄마는 바로 잠이 들었다. 에어비앤비 숙소에서는 엄청난 소고기 구이 냄새가 났고,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창문에 방충망이 없어,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려면 벌레가 들어오지 않게 모든 불을 다 끄고 문을 열어야 했다. 어찌했든 저녁 늦게 먹게 된 소고기는 맛있었다. 어머님과 컵라면을 곁들여 먹으며 저녁을 때우고, 환기를 시키며 우리는 모두 곯아떨어졌다.




IMG_3222.jpg 숙소의 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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