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나의 시선, 카프리 섬.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를 더 잘 알기에...

by 보라진



카프리섬으로 가는 날. 가장 기대했던 일정 중 하나이다.


전날 나폴리 시내를 둘러보며, 항구가 있는 곳을 둘러본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주차공간까지 확인하고 간 터라, 아침 일찍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숙소를 나섰다. 해가 뜨는 모습을 보며, 요금소를 지나 항구로 향했다. 그 자체가 너무 황홀한 기분이었다. 아름다운 섬으로 향하는 길에, 저 멀리해가 떠오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그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 다가올 하루가 너무나도 기대되었다. 두 엄마는 이탈리아에서 이렇게 자유롭게 차를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신기한 듯했다. '어떻게 이렇게 처음 오는 곳에 마치 익숙한 듯 길도 잘 찾아다니지?' 덕분에 너무 호사를 누린다며, 참 살면서 별 경험을 다 하신다고 하신다. 나는 속으로 함께 좋은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 함께한 여행인데, 좋아해서 참 뿌듯했다.



IMG_7707.PNG 일출을 보며 항구로 향하는 길




IMG_7709.PNG 나폴리의 고속도로




IMG_7712.PNG 눈 앞에 보이는 항구





우리 넷은 카프리섬으로 향했지만, 두 엄마와 우리 부부의 목적은 달랐다. 바다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카프리섬의 아름다운 바다 사진을 이미 보고 온 터였다. 다른 것은 안중에는 없고, 그 푸른 바다에 풍덩 빠지기만 하면 우리는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을 것 같았다. 반면에 두 엄마는, 이곳이 아름답다는 섬이라는 것 말고는 다른 정보가 없는 듯했다. 아이들이 가자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딱히 바다에 입수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두 엄마는, 그저 신나는 기분으로 카프리섬으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IMG_2928-2.jpg 우리가 타게 될 페리




IMG_7714.PNG 카프리 섬으로!




배에 오르는 순간부터, 우리의 목적이 구별되듯, 벌써 두 그룹으로 나뉘기 시작했다. 배의 안쪽에 앉아 또 이야기를 나누며 가고 싶은 두 엄마와 배의 바깥에 앉아 바깥 경치를 구경하며 가고 싶었던 우리 부부. 함께 여행 왔지만, 꼭 모든 것을 함께 해야 하는 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상황에 맞게, 서로가 서로에게 부담 주지 않는다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 것도 있었다. 저 멀리 부옇게 보이던 콩알만 하던 섬이 점점 눈앞으로 다채로운 색의 집들과 건물과 함께 선명해져 가고 있었다.




IMG_7715.PNG 저 멀리 보이는 카프리 섬




배에서 바라본 것 이상으로, 카프리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섬이었다. 거의 모든 택시는 오픈카로, 바캉스 분위기가 물씬 났고, 카프리를 대표하는 노란 버스는 너무나도 귀여웠다. 카프리섬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무언가를 먹고 싶었다. 아침부터 딱히 먹은 게 없어 배가 고팠다. 하지만 항구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들은 아직 오픈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아있었고, 우리는 많은 사람이 향하는 길로 올랐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길이 카프리의 시내로 올라가는, 등산 코스를 능가하는 골목길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알고 보니 많은 사람이, 그 옆의 케이블카나, 버스, 거리에 즐비한 택시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땀을 뻘뻘 흘리며 그곳에 도착해서야 알게 됐다.



IMG_2958-1.jpg 카프리의 택시




IMG_2967.jpg 카프리 시내로 올라가는 길




IMG_2971-2.jpg 카프리의 골목골목




긍정적인 마음을 갖자. 하며 아침 운동했다 생각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다. 그냥 그저 그런 음식이 아닌, 정말 맛있는 음식을 원했다. 하지만 우리가 카프리에 일찍 도착한 터라, 맛있는 음식이 있는 웬만한 레스토랑은 아직 열기 전이였다. 남편이 인터넷으로 하나 찾은 곳이 있어 골목 굽이굽이 언덕을 오르며 가봤더니 테이크 아웃 전문점이란다. 우리는 결국 테이크 아웃 음식을 바리바리 싸 들고, 인적이 드문 어떤 건물의 옥상 같은 곳에 올랐다.



IMG_2975-1.jpg 밥을 먹은 건물 옥상의 풍경




마치 학교에서 소풍을 가, 적당한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펴듯이 우리는 시멘트로 둘러싸인 건물 옥상에서 테이크아웃 음식을 펼쳤다. 허름한 건물의 거칠한 바닥이었지만, 경치는 좋았다. 가지 라자냐와 쌀을 크로켓처럼 튀겨 만든 아란치니, 감자 등 여러 현지 음식을 한 번에 맛볼 수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던 바다 옆,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은 아니었지만, 그 맛은 정말 좋았다. 맛있게 먹는 엄마들을 보니,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차가운 바닥에 음식을 놓고, 마치 명절에 부침개를 부쳐놓고 하나씩 집어먹듯 먹으니, 기대하던 카프리에 못 미치게 해 준 것 같아 미안했다.



IMG_2974-2.jpg 우리의 아침




어찌했든, 식사를 마치니 서로의 목적이 뚜렷한 대로, 우리는 갈라지게 되었다. 두 엄마는 버스를 타고, 카프리의 섬을 조금 더 올라 '안나 카프리'라는 곳을 둘러보길 원했고, 우리는 미리 알아본 바다에 가는 것이었다. 엄마들이 우리 없이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지금까지 봐왔을 때 큰 문제가 없을 거라 믿었다! 그렇게 엄마들을 버스에 태워서 보내고, 우리는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IMG_3097-1.jpg 엄마들을 태워 보낸 버스.




IMG_2983-1.jpg 우리는 바다로 향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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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선베드에 누워 잠이 들었다. 뭐가 그렇게 피곤했는지, 두 엄마와 헤어지고 둘이 남게 되니 피곤이 몰려왔다. 우리는 한 시간 동안 낮잠을 청하고, 바다에 들어가 실컷 수영했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수영하니 정말 날아갈 것만 같았다. 둥둥. 수영할 때만큼은 내가 이곳에서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는지에만 집중하게 된다. 아무 걱정도 근심도 없다. 그저 물 안에 떠 있는 시간을 즐길 뿐. 두어 시간 정도 지나니 우리는 더 아쉬울 게 없었다. 슬슬 엄마들의 행적이 궁금한 터였다. 남편과 나는 이제 엄마들을 찾으러 가보자, 하고 계속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아 걱정되기 시작했다.



IMG_3043.jpg 꿈에 그리던 바다
IMG_3045-1.jpg 바닥이 훤히 보이는 깨끗한 물




IMG_3082.jpg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풍경. 카프리는 레스토랑마다 작은 배로 셔틀을 해준다.




우리는 무작정 두 엄마가 향한 안나 카프리로 갔다. 엄마들이 탄 안나 카프리행 버스를 타고 내리려고 할 찰나에, 창밖으로 두 엄마가 쓱 하고 지나가는 게 아닌가. 이렇게 만난 게, 정말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몇 시간을, 이곳에서 서로 마주치지 못하며 찾을 터였다. 엄마들은 역시나 잘 여행하고 있었다. 발길이 닿는 대로 갔더니 좋은 레스토랑이 나와 점심을 먹고,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며 아빠들을 위한 스카프를 샀다며 보여주기도 했다. 또 이탈리아 남부지방은 레몬이 유명해, 두 엄마가 레몬 사탕과 비누를 보러 기념품 가게에 갔더니, 주인아저씨가 ‘뷰티풀’ 하다며, 서비스를 줬다고 좋아라 하셨다. 이렇게 좋아하는 두 엄마를 보니 마음이 놓였다. 바다에서 마음 한편, 엄마들이 어떻게 있을까 걱정이 되긴 했었던 것이다.



안나 카프리에서 만난 우리는 1인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말 그대로 1일 케이블카로,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며 카프리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두 엄마와 일렬로 케이블카를 타고, 사진도 찍어주려고 했는데 뭐가 그리 급한지, 훨씬 먼저 타고 올라가셨다. 어찌했든, 아름다운 카프리섬을 바라보는 것은 같았을 테니. 정말 꿈의 동산 같은 카프리섬이었다.



IMG_3104-1.jpg 1인 케이블 카.




IMG_3117.jpg 케이블카를 타면 보이는 풍경.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도착해서,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고 바라보았다. 아무리 작은 카메라에 담으려고 해도 담아지지 않는 풍경이었다. 기념사진도 찍고, 끝없이 바다가 펼쳐지는 경치를 실컷 구경했다. 우리는 내려갈 때는 걸어 내려가 보기로 했다. 걸어 내려가는 도중, 드디어 우리의 사이에 조금씩 티격태격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어머님과 남편의 사진을 남겨주고 싶었고, ‘스마일’ 하고 외치며 두 분의 아름다운 미소를 요구했다. 하지만 남편의 표정은 굳어있었고, 어머님이 웃으라며 농담으로 남편의 배를 툭 치고 말았다. 남편은 그때부터 그 산을 전력 질주로 내려갔다. 처음에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남편을 따라가서 이야기를 해보니, 기분이 무척 상해있었던 것이다.



IMG_3124.jpg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하지만 두 엄마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기분이 상한 남편과 두 엄마 사이에서 윤활유의 역할을 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를 배려하지 못하는 남편에게 나도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좋은 곳에서 어머님의 장난을 왜 받아주지 못하는지, 아니면 우리 모두를 위해 이번만은 그냥 넘어가 주었으면 했다. 그저 포기하고 터벅터벅 내려갔다. 그저 우리 사이에 아무 일 없길 바란 여행이었는데, 아직 일주일 가량 남은 여행의 시간이 큰 걱정으로 다가왔다. 마음껏 풀지 못하는 나의 속도 점점 답답해지기 시작했고, 그 답답해짐은 툴툴거림으로 변해 있었다. 편하게 택시를 타고 내려가자는 나의 의견에, 그냥 버스 타고 내려가도 된다는 엄마에게 괜히 짜증이 났고, 사람이 꽉 찬 버스는 나의 답답함을 한층 더 숨 막히게 했다.



IMG_3175.jpg 카프리섬




여행의 중반쯤 되는 시점이었다. 서로에게 아주 익숙해졌고, 그만큼 조심하기도 해야 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를 잘 알기에, 배려하고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해야 했다. 엄마는 아무렇지 않은 척, 이곳에서 기분 상하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나의 짜증을 받아넘겼다. 엄마들은 버스를 타고 가도 괜찮다며, 우리에게 더 사분사분히 대하는 듯했다. 미안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 엄마에게 항상 드는 마음이 여기서도 나타났다. 이곳에서만큼은, 두 엄마에게 다 해주고 싶었는데, 그동안 미안한 마음을 만회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내가 미웠다. 남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IMG_3002.jpg 카프리 섬에 자라고 있는 선인장




서로 기분을 푼 듯, 카프리섬에서 숙소로 잘 돌아왔다.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 기대했던 하루였던 만큼, 미안한 마음도 큰 오늘. 앞으로의 남은 여행의 시간에서 이 미안한 마음을 다시 바로잡고 싶다고 생각했다.



IMG_2987-1.jpg 카프리 섬의 어느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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