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시선, 로마에서 만난 꿈 같은 현실

우리의 복잡 미묘한 관계

by 보라진



엄마와 나는 공항으로 향하는 순간부터 생각이 달랐다. 엄마는 버스를 타길 원했고, 멀미가 심한 나는 지하철을 타고 공항으로 가길 원했다. 결국 우리는 각자가 원하는 방법을 통해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다. 시작부터 의견이 달라 각자의 생각을 고수하는 상황을 보며 다가올 낯선 곳에서의 10일이 아득했다. 공항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엄마와 사이좋게 지낼 것을 다짐하고 다짐했다.


나와 엄마 그리고 어머님이 먼저 로마에서 만나고, 남편은 회사 일 때문에 2일 후에 로마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미국에서 출발하신 어머님은 8시간 먼저 로마에 도착해 에어비앤비 픽업 서비스를 통해 먼저 숙소에 가 계신 상황이었고, 엄마와 나는 저녁 늦게 로마에 도착했다. 뒤늦게 도착한 엄마와 내가 에어비앤비에 도착하니 거의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가깝고도 멀어질 수 있는 관계. 결혼식이나 다른 큰일이 아니면 딱히 만날 일이 없을 수도 있는 사이. 나와 남편의 서로의 엄마라는 입장으로 어쩌면 어색할 수도 있는 만남이었다. 또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 그리고 장모님과 사위의 관계. 알 수 없는 위계질서로 얽히고설킨 이 관계는 쉽게 끊어질 수 없는 묘한 사이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관계를 떠나 우리는 사람이었다. 엄마인 동시에 여자이고, 사람이었고 며느리와 사위인 동시에 이 세상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이들을 남편의 엄마, 나의 엄마라는 어쩔 수 없는 관계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바라보고 소통하고 싶었다. 각자를 한 사람으로서 존중하고, 인생의 선배로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싶었다. 생각이 다르면 다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살아온 다른 환경에 대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 그런 관계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리 넷의 관계가 서로에게 더 많이 열려있고, 어쩔 땐 친구처럼 편안하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가 되길 바랐다.






걱정과는 달리 엄마와 어머님은 낯선 땅에서 만나서인지,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여러 긴장감이 풀려서인지 마치 두 오랜 친구가 오랜만에 만난 듯 반갑다는 인사를 했다. 그렇게 엄마들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아빠들이 없어 참 자유로워요", "우리가 이렇게 만날 줄 알았겠어요?", "이렇게 만나게 되어 참 꿈만 같아요", "아이들 덕분에 참 호사를 누리네요" 등의 감동의 이야기꽃이 펼쳐졌다. 우리 엄마는 명절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핑곗거리가 너무나도 타당했다며 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너무 좋다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반복하며 그 수다는 끝날 줄을 몰랐다.


낯선 곳에서 엇갈림 없이 만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어색할 줄 알았던 분위기가 엄마들의 다행스러운 수다로 뭉그러져 마음 한쪽의 긴장이 풀렸다. 분명 녹초가 되어 잠이 들었을 스케줄이었음에도 밤새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하는 엄마들을 보니 출발했을 때의 아득했던 마음이 여행의 기대감으로 일렁였다. 엄마들의 끝없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먼저 잠이 들었다. 이렇게 로마에서의 첫 번째 밤이 무르익어갔다.





로마에서의 첫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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