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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Jun 07. 2017

현실과 이상

오늘도 횡설수설, 쏟아내기

보통 '실제'의 '나'와 '보여지고' 싶은 '나'사이에는 어느정도의 차이가 존재한다. 헌데 보여지고 싶은 나를 실제의 나로 착각하기도 한다.


전 직장에서 서로의 MBTI 성격검사를 해준적이 있다. 본인이 스스로를 생각해 항목을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들이 나의 행동이 어떠한지를 생각하며 항목을 체크한 뒤 결과를 보는 것.


내가 체크한 나의 성격과 타인이 체크해준 나의 성격은, 비슷한 사람도 있고 완전 반대로 나온 경우도 있었다.


나같은 경우에도 나는 내 스스로가 소극적인 면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남들이 보기엔 적극적이라든지 남의 얘기를 잘 들어준다고 생각했는데 딱히 그렇지 않다든지 등 굉장히 흥미로운 결과들이었다.  


어렸을때 엄마는 우리 자매가 강하게 자라길 바라셨다. 여성스러운 면에 대해 조금은 부정적이셨고 얌전한 아이보다 어디가서 큰소리치고 다니는, 남자아이들에게 지지 않는 자기주장 강한 소녀이길 바랬다. 아마도 남동생들에게 치어 혼자 서울에 올라와 일하며 검정고시를 봐야했던 그런 모든 설움이 더해진 바람이었을테지만.,


무튼 엄마의 바람처럼?! 나는 쎈 여자로 잘 자랐다. 동네도 친구들도 쎈 분위기!?였기 때문에 엄마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나는 남자 아이들이랑도 투닥대고 내 주장 강하고 나쁜 일 당하지 않고 쎈 친구들 사이에서 쎈척하면서 잘 자랐다.


그렇게 하는 것이 스스로도 익숙했고 난 원래 그런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난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적극적이며 사교성이 좋고 활발하고 밝으며 등등 다들 바라는 그런 성격ㅋㅋ


적어놓고 보니 내가 저렇다고 생각한 것이 약간 황당할 지경이다 ㅋㅋ


이십대 중,후반을 지나면서야 뭔가 좀 이상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난 말을 잘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실제로 '잘'은 한다.) 좋아하고 잘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잘은 하는데 그게 사실 나에게는 꽤 힘든일이라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말하기 전에 이렇게 말해야지 혼자 생각하면서 가슴이 두근두근하다가 말을 시작할때쯤 얼굴이 빨개지곤 한다. 어렸을땐 무시했던 것들. 당연히 다들 말할땐 떨리는 거야 그건 당연한거고 난 말은 잘 하니까 발표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야. 정도로 결론을 냈던 거다.


그래서 진짜 언제 한번 말 잘하는 사람들한테 물어봤다. 나처럼 그러냐고. 물론 평소 말하지 않던 곳이나 큰 무대 같은 데는 떨리지만 평소엔 안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또 그런 것들, 난 내가 사람들 만나는 걸 즐기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근데 제휴 미팅을 하려고 하면 하기 싫고 그냥 싫었다. 근데 막상 미팅을 하면 잘은 했다. 낯선 사람들 사이에 있을때 먼저 말을 걸기도 했지만 그냥 그 어색함을 못참을 뿐이지 새로운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즐긴 것은 아니었던것 같다.


나이를 먹고 실제 내 성격과 이상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고 있긴 하지만 내가 바라는 나 덕분에 좋았던 것도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내가 자주적이고 독립적이며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모험심 강한 어디에서나 잘 어울리는 여자이길 바랬다. 엄마가 바랬는지 내가 바랬는지 모르겠지만 ..


그래서인지 몰라도 스무살이 넘어서는 나름의 도전들이 많았다.  특히 여행들, 아르바이트 같은 것들, 내가 원하는 나와 가까워지는 것만 같았던 시간들. 내가 그런 나를 바라지 않았다면 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그 경험들.


한때 떠돌이 집시가 꿈이라고 말하고 다녔던 나는 사실 안정적인 가정을 꿈꾸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세계여행도 떠돌이도 벗어나고 싶은 반작용이었거나 집시같이 자유롭게 보이고 싶은 코스프레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나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나이가 들어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생기고 있는 걸까?


뭐 어찌되었든..  

요즘의 내가 바라는 '나'는 온화하면서 강한 사람인데 어린시절에 내가 그랬던 것 처럼 바라면 어느정도 이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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