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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Jul 24. 2017

선택하기 싫어요..

어렸을 때에도 결정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스스로 항상 우유부단한 편이라고 생각해왔다.


자기주장이 강한 친구들은 가고 싶은 곳을 주장했고 나는 대부분 '마음대로 해, 난 상관없어~'였다. A가 가자고 하는 곳도 괜찮았고 B가 가자고 하는 곳도 괜찮았다. 김치찌개도 좋고 떡볶이도 좋았다. 그러니 너희들이 더 가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하자 ~ 했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처럼, 선택을 미루다 보니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게 된 것인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몰라서 선택을 미루게 된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 


셋째 딸이다 보니 내가 뭔가 선택할 일이 없어서였을 수도 있고 성향이 원래 무던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어쨌거나 이런 다양한 이유들로 인해 난 선택하는 연습을 많이 못했다. 


그른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선택하고 결정하고 가장 좋은걸 찾아내고 하는 것들이 넘나 스트레스다. 맛집을 찾는 것도 어디 여행 갈지 여행지를 찾고 결정하는 것도 옷을 고르고 구매하려고 결정하는 것도 점심 먹을 데를 결정하는 것도 그냥 다 싫고 꽤 스트레스다. -_-;;; 


왜 이 정도까지 고르고 결정하는 게 짜증이 나는 건지 잘 모르겠다 ㅠ_ㅠ 인생은 내가 선택하는 것들이 쌓여서 한 방향이 되고 나아가는 건데 일상의 이 선택들이 왜 이리 귀찮고 싫은지.. 그냥 나는 다 맛있고 어딜 가든 다 좋고 하니까 누가 다 골라주면 참 좋겠다.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이거 내 인생을 내가 스스로 살지 않겠다는 거랑 똑같은 걸까? 무책임한 걸까? 그렇게 막 의욕이 없다거나 살기 싫다거나 그런 것도 아닌데 왜이런가 모르겠다..


다른 사람 생각을 많이 신경 쓰는 편이라서 내가 고르고 정리해서 선택한 후에도 A가 이건어때 하면 그럴까? 하다가 B가 그럼 이렇게 하자 하면 아 그게 나은가 하다가 갈팡질팡 하다 보니 과한 배려가 서로에게 짜증을 주는 경우도 가끔 있었다. 1번으로 결정하면 A가 싫어할 것 같고 2번으로 결정하면 B가 싫어할 것 같고 어떻게 해야 모두가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싶은 고민이 너무 심각하다고 해야 하나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을 하려고 하니 힘들어지고 하기 싫고 그런 것 같은데,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긴 하지만 최대한 모두가 나은 방안을 택해야 하는 건 맞지 않은가? 근데 그런 것들을 고민하는 것도 골치 아프다 ㅠ


그래서 가끔은, 다 배려하다가 내가 짜증이 나서 짜증을 내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경우도 있다. 제기랄.


보통 10명 중에 2명은 나를 좋아하고 7명은 별생각이 없고 1명은 나를 싫어한다고 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저런 상황이 되는 거라고 10명이 다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건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 하는 내속의 나도 싫고 안 그래야지 하는데 그게 몇십 년간 해온 거라 말이 쉽지 또 맘대로 되지는 않는다. 완전 속으로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은 욕구"인데 가벼운 마음으로는 "진짜 내가 그냥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아서 선택을 못하겠는데? "라고 생각이 되기 때문.. 


아 어렵다 어려워 


찾기도 고르기도 선택하기도 어렵고 싫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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