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설과 추석은 이틀만 휴가를 내면 9일을 쉴 수 있는 황금연휴다. 친구들 중 몇 명이 설에 스페인에 가겠다! 고 하는 것을 듣고도 별생각 없이 흘려들었는데, 어째서인지 약 1주일 전..
열흘이 생기는데 아무 데도 안 가다니 말도 안 돼!
라며 문득 깨닫고선 미친 듯이 항공권을 찾아 헤맸다.
어디 가지?
어디로 갈까? 혼자 갈까? 누구랑 같이 갈까? 열흘이면 동남아 말고 유럽? 혼란에 빠졌다.
혼란의 과정은 이렇다.
유럽에 가기엔 사실 비용 부담이 크지만 열흘이면 동남아보단 유럽에 가고 싶었고 혼자 여행도 다녀봤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갈수록 두렵?귀찮?은 마음에 혼자는 잘 떠나지 않게 되는데 그렇다고 친구랑 같이 가기에는 누군가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하기도 귀찮았고 여행 내내 같이할 마음 맞는 친구가 시간이 날지도 모르는 일 이었다.
두 번째 혼란의 과정은 이렇다.
사실 가고 싶은 곳을 생각하면 일단 터키도 가고 싶고 북유럽과 계속 가고 싶은데 못 갔고 그 근처에 발트 3 국도 가야 되고 동남아에도 라오스/미얀마도 아직 못 갔고 앙코르와트도 못 봤고... 얼마 전 친구가 다녀온 발리도 그렇게 좋다고 하고.. 스리랑카도 가고 싶고...
그러다가 바르셀로나에 간다던 친구들이 세비야를 거쳐 마드리드에서 아웃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게 웬 횡재냐! 나는 14년에 바르셀로나는 다녀왔으니 다른 곳에서 혼자의 여행을 며칠 즐기고 남은 3,4일을 친구들과 함께하면 딱 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혼자 + 같이 여행을 가장 베스트로 꼽는데 사실 그럴 기회는 별로 없다.
나의 첫 해외여행은 언니들과 함께 였다. 그때 언니들은 직장인이라 시간이 없고 나는 대학생이라 시간이 많았는데 쿨한 우리 자매는 그럼 각자 있고 싶은 만큼 있다가 오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함께 도쿄에 가서 언니들과 함께 3박 4일 여행한 후 언니들은 서울로 돌아가고 난 남아서 3박 4일을 더 있다가 왔다. 그땐 게스트하우스 같은 데 갈 줄도 모르고 그저 혼자 숙소에서 편히 쉬다가 혼자 열심히 구경하고 맛있게 밥 먹고 신나게 셀카 찍고 타이머로 사진 찍고 열심히 놀다가 돌아왔다. 같이 있다가 혼자가 되니 외로운 것 같은 기분도 들었지만 두 가지 종류의 여행을 다 누리는 게 참 좋았다.
그 이후에도 한번 정도 그럴 기회가 있었다. 친구와 함께 태국에 갔다가 친구는 치앙마이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빠이로 넘어가서 5일을 더 묵었는데 변태 같지만 그 외로운 것 같은 기분이 묘하고 좋았다.
생각해 보니 두 번 모두 함께 가서 혼자 남아있다가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그 반대로 혼자 있다가 함께 돌아오니 어쩌면 느낌이 색다를지도 모르겠다 기대가 된다.
무튼 그래서 친구들을 세비야에서 만난다면,,
스페인 남부를 갈 것이냐 포르투갈을 갈 것이냐. 무지하게 고민했다. 당연히 둘 다 보고 싶었다. 하지만 짧게 짧게 이동하는 건 영 싫은데 스페인 남부를 가면 론다/그라나다/네르하 등등 여기저기 욕심이 생길 것 같았다. 게다가 그냥 별 이유 없이 노란 트램을 보고 나니
포르투갈에 가지 않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