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단 하나의 숙제, 우유니 사막

by someday

오늘은 수크레를 떠나는 날이다. 여기 계속 있고 싶지만 우유니 숙제를 해야 하기에... 우유니는 모두에게 중요하고 모두에게 숙제 같은 존재였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일행들 모두 굳이 꼽자면 우유니에 가기 위해 남미에 온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나도 굳이 꼽자면 우유니가 제일 크고 중요했다. 마추픽추는 여기 있는지도 몰랐고 빙하는 별 관심도 없었고 이과수 폭포도 그냥 폭포겠지 했다. 헌데 우유니는, 우유니만큼은 중학교 땐가? 사진 한 장에 반해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가고 싶었고 저기 지구 반대편에 '볼리비아'란 곳에 있다더라고 알게 되었고 그게 남미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었다. 우유니에 가고 싶은 열망을 품고 한 달 휴가가 생기자마자 남미에 가야지!라고 결심한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내가 남미에 오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 우유니고 다른 건 다 안 봐도 우유니만큼은 멋진 날 멋진 환경에서 보고 가야만 한다는 무언의 압박에 점점 시달리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수크레를 떠나 우유니로 갈 수밖에 없었다. 집에 가고 싶다는 내 속마음도 우유니 숙제를 하고 난 후에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에 출발한 버스는 오후 4시가 되도록 한참을 달렸다. 엄청 춥다던 버스는 더워 죽겠고 낮이라 그런지 잠도 더 이상 안 오고, 우유니를 보기도 전에 우유니를 빨리 해치우고 싶은 마음까지 들고, 이 버스는 화장실도 없고 어제 뭘 잘못 먹었는지 배도 아프고 괴로운 시간이었다.

나는 평소에도 조금이라도 많이 기대하면 실망할까 봐 좋아하는 것일수록 일부러 기대를 안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게 소심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대하지 않으려 해봐도 우유니 사막엔 그게 잘 되지 않았다. 기대가 됐다. 그래서 걱정이 앞섰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별로면 어떡하지? 그냥 소금덩어리면 어쩌지, 가지 말까? 물이 고인 우유니를 못 본다 해도 내가 여기까지 왔다는 게 중요한 건데 물이 고인 우유니를 못 봐서 속상해할까 봐 걱정이다. 별게 다 걱정이다. 하지만 걱정이 되면서도 정말 내가 우유니 사막을 보러 가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아서 설렜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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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9시간 정도를 달려 드디어 우유니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말하길 우유니 마을엔 정말 아무것도 없고 썰렁하다고 했는데 역시나 너무 기대를 안 해서인지 생각보단 나쁘지 않은 마을이었다. (지금 사진을 보니 썰렁한 게 맞다..)


숙소를 잡고 투어를 예약했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데이투어와 해 뜨는 것을 보기 위한 선라이즈 투어. 한국인과 일본인들로 가득 찬 우유니 마을에서 다음날 투어를 위해 일찍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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