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크레를 떠나는 날이다. 여기 계속 있고 싶지만 우유니 숙제를 해야 하기에... 우유니는 모두에게 중요하고 모두에게 숙제 같은 존재였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일행들 모두 굳이 꼽자면 우유니에 가기 위해 남미에 온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나도 굳이 꼽자면 우유니가 제일 크고 중요했다. 마추픽추는 여기 있는지도 몰랐고 빙하는 별 관심도 없었고 이과수 폭포도 그냥 폭포겠지 했다. 헌데 우유니는, 우유니만큼은 중학교 땐가? 사진 한 장에 반해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가고 싶었고 저기 지구 반대편에 '볼리비아'란 곳에 있다더라고 알게 되었고 그게 남미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었다. 우유니에 가고 싶은 열망을 품고 한 달 휴가가 생기자마자 남미에 가야지!라고 결심한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내가 남미에 오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 우유니고 다른 건 다 안 봐도 우유니만큼은 멋진 날 멋진 환경에서 보고 가야만 한다는 무언의 압박에 점점 시달리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수크레를 떠나 우유니로 갈 수밖에 없었다. 집에 가고 싶다는 내 속마음도 우유니 숙제를 하고 난 후에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에 출발한 버스는 오후 4시가 되도록 한참을 달렸다. 엄청 춥다던 버스는 더워 죽겠고 낮이라 그런지 잠도 더 이상 안 오고, 우유니를 보기도 전에 우유니를 빨리 해치우고 싶은 마음까지 들고, 이 버스는 화장실도 없고 어제 뭘 잘못 먹었는지 배도 아프고 괴로운 시간이었다.
나는 평소에도 조금이라도 많이 기대하면 실망할까 봐 좋아하는 것일수록 일부러 기대를 안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게 소심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대하지 않으려 해봐도 우유니 사막엔 그게 잘 되지 않았다. 기대가 됐다. 그래서 걱정이 앞섰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별로면 어떡하지? 그냥 소금덩어리면 어쩌지, 가지 말까? 물이 고인 우유니를 못 본다 해도 내가 여기까지 왔다는 게 중요한 건데 물이 고인 우유니를 못 봐서 속상해할까 봐 걱정이다. 별게 다 걱정이다. 하지만 걱정이 되면서도 정말 내가 우유니 사막을 보러 가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아서 설렜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버스는 9시간 정도를 달려 드디어 우유니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말하길 우유니 마을엔 정말 아무것도 없고 썰렁하다고 했는데 역시나 너무 기대를 안 해서인지 생각보단 나쁘지 않은 마을이었다. (지금 사진을 보니 썰렁한 게 맞다..)
숙소를 잡고 투어를 예약했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데이투어와 해 뜨는 것을 보기 위한 선라이즈 투어. 한국인과 일본인들로 가득 찬 우유니 마을에서 다음날 투어를 위해 일찍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