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아직도 수크레

by someday

난 아직 수크레에 있었다. 수크레는 정말 참 좋았다. 게으르기에도 너무 좋았고 날씨도 좋았다. 10시쯤 일어나 빵에 햄 넣어서 아침으로 후루륵 먹고 좀 쉬다가 이젠 우유니에 슬슬 가야할 것 같아서 버스표를 알아보러 터미널로 가본다.

올때 10kg 무게의 가방을 메고 걸어왔던 길인데 이렇게 멀었던가. 내가 대체 그 가방을 메고 어떻게 걸어왔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덥고 긴 길을 걸었다. 왠지 수크레에서 쉬면 쉴수록, 게으름을 부릴 수록 관성이 생겨서 점점 더 게을러 지고 있는 것 같았다.

수크레에서 우유니로 가는 버스회사는 한 곳 뿐이라고 했다. 이름하야 '6 de octobre', 스페인어로 '10월 6일'. 버스회사 이름이 "10월 6일"이라니 뭘까, 10월 6일에 오픈했을까? 기념일일까? 궁금증은 커져갔지만 짧은 스페인어로는 도저히 의문을 풀기가 어려웠다. 버스는 9:30 과 20:30에 두번 출발한다. 어차피 낮에 할일도 없으니 그냥 내일 낮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한다.

티켓을 구매하고 그저께 들렀던 공원으로 다시 가본다. 일요일의 풍경과는 또다른 공원,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들보다 교복입은 학생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그저께 먹어보고 싶었던 군것질 거리를 사먹는다. 으깬 감자 안에 고기, 계란 등을 넣어서 튀겨낸 다음 약간 매콤한 소스를 뿌려서 준다 단돈 3볼! (500원?) 뭐지 이거. 엄청 맛있다. 뭔가 학교앞 떡볶이집 느낌인데 소스가 딱 우리 입맛.. 냠냠 다른데 가도 생각날듯 .. 한국에 들여와도 잘팔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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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걸어서 시장으로 간다. 날씨가 너무너무 좋다. 어제의 성공에 힘입어 다시 한 번 시장 2층의 식당으로 가본다. 어느새 주문 체계도 다 이해했다! '몬돈고'라는 말이 붙은건 닭도리탕 맛이고 사이스란 말이 붙으면 제육볶음맛, con(with) arroz(rice) 하면 밥에 얹어주고 con(with) picante(pasta?)하면 파스타에 얹어준다.


여러가지 음식을 시켜서 모두 함께 와구와구 먹고 배가 너무 불러서 멍해질때쯤 1층으로 내려가서 5볼(800원?)짜리 생과일 쥬스를 뚝딱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간다. 왜냐? 낮잠을 자야하니까!! 아 다시한번 말하지만 낮잠이 제일 좋았다 수크레.. 하하


어쩐지 어제와 같은 글이 반복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낮잠을 자다가 4-5시쯤 밍기적 일어나니 아 소화가 다됬다. 여기 삼일 더 있다간 돼지가 될게 분명했다. 일행들을 만나 전망대를 또 가볼까 하고 걷다가... 어제도 갔는데 날도 흐린데 또 가려니 너무나도 귀찮은.. 발길을 돌려 마트로 간다. 모두가 게을러서 너무나 다행이다.

낼 버스에서 점심으로 먹을 것을 조금 사고 오늘은 라면 파티를 하기로 한다. 라면이라니, 라면이라니? 장기 여행자가 소중한 라면을 풀겠다고 선언 한 것! 전기구이 통닭에 밥 작은거 3개, 시장표 후라이드치킨까지 사들고 숙소로 간다. 라면을 끓여 닭과 함께 만찬. 참 진짜 별거 아닌데 어쩜 그렇게 맛있었을까. 정말 라면은 언제 어디서 먹어도 맛있지만 해외에서 먹는 것이 최고인 것이다.


그렇게 또 수크레에서의 게으른 하루가 지나갔다. 우유니가 아니었다면 하염없이 머물렀을 것만 같은 수크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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