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그래도 수크레

by someday

지금 내가 원하는 것, 맛있는 걸 먹는 것이다. 하하


시장으로 가본다. 1층엔 야채부터 과일, 생선까지 각종 상품들을 팔고 있고 2층으로 올라가보니 식당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닭볶음탕처럼 생긴 것도 있고 설렁탕처럼 생긴 것도 있고 냄새도 구수한 것이 뭔가 맛있어 보였다. 고민 끝에 짧은 스페인어와 손짓 발짓으로 sopa con carne (스프랑 고기)y 저거 pollo con arroz (저거 닭에 밥) 식으로 주문한다. 주문한 음식이 금새 나오고 먹어보니 오! 좀 짜긴 해도 소고기 무국 비스무리한 맛이고 밥이랑 시킨건 역시 닭도리탕 비스무리하다. 입맛에 잘맞는다. 동남아 여행할 때와 비슷하게 뭔가 좋은 음식집보다 이런 시장이나 길거리 음식이 더 맛있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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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다시 돌아가서 또 낮잠을 잤다. (낮잠 정말 좋다.) 양껏 자다가 5시쯤 되니 또 다들 슬그머니 일어나 1층으로 모인다. 수크레의 멋진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보기로했다. 당연히 전망대니까 높은 곳에 있다. 끝없이 오르막길을 오른다. 열심히 오른다! 그래 높이가야 좋은 경치를 볼 수 있겠지. 3800미터에서 걷다가 2800미터에서 걸으니 뭐 많이 힘들진 않았다.


한 레스토랑 안에 위치한 전망대에 오르니 차가운 바람과 함께 감색 지붕이 눈앞에 가득 펼쳐졌다. 어쩜 이렇게 감색이 가득하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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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해가 지지 않아서 옆 카페로 가본다. 커피 한 잔, 케잌 한 조각 시켜놓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곧 보게될 붉은 하늘을 기대하면서 다들 설레임을 한 모금씩 안고. 한 30분 정도 지났을까? 밖에 나가본 일행이 큰 소리로 우리를 불렀다. '분홍색이야!' 모두 전망대로 다시 뛰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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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핑크빛이었다. 아래는 감색으로 가득했고 하늘은 파스텔톤으로 가득했다. 갑자기 이런 멋진 풍경을 만날 거라곤 예상도 못하고 있었기에 벅차올랐다. 집에 가고 싶단 소리를 하던 나였지만 어느새 마음은 두근대고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꽤 추웠는데도 아무도 가자는 소리도 못하고 서서 경치를 즐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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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 하늘은 해가 지면서 보라색, 파란색, 자주색으로 물들어갔고 감색 지붕들이 모두 어둠에 뒤덮인 후에도 감동적인 색을 보여주었고 그 풍경만으로도 수크레에 온 보람이 있었다. 집에 가고 싶어졌다고 해도, 그래도, 수크레는 멋진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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