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크레에 도착해 게으른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은 월요일이었다. 남미에 온 지 10일쯤 되었는데 핸드폰을 보지 않으면 영 날짜와 요일을 알기가 어려웠다. 여행의 나날이란 이런 것이겠지.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을 먹었다. 시리얼에 빵 한 조각. 것도 은근 배가 부르다. 또 느지막이 씻고 나가서 카페로 간다. 월요일이 되니 수크레엔 활기가 넘친다. 어제 문을 닫았던 모든 상점들도 문을 열었고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덕분에 매연이..)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보인다!
와이파이가 잘되는 카페에 가서 카페 꼰이엘로(이엘로는 얼음)를 한잔 시켜놓고 일정을 정리해본다. 정확한 계획 없이 온 여행이라 다음 도시에 대한 계획만 하고 이동하고, 또 그렇게 생각하고 이동하고 하는 식으로 한 치 앞만 보고 이동하는 식이다.
헌데 10일쯤 여행하는 동안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서울에서의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보다 남미에서의 지금 이 시간이 더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스물한 살 첫 해외여행 이후로 나름대로 계속해서 여행을 다니고 좋아했던 나로서는 이번 여행에서의 저런 생각이 스스로도 무척이나 낯설고 신기하고 믿기지 않았다.
평생 한 번도 와보지 못할 줄 알았던 남미까지 와서 하는 소리가 집을 그리워하는 배부른 소리라니 맙소사. 물론 전에 여행할 때도 좀 길게 가면 가끔씩 집이 그리울 때도 있었지만 당연히 여행의 즐거움이 훨씬 컸고 그 순간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그 두 가지의 생각이 약간 반대가 되어있었다.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즐거웠지만 무언가 그리움이 더 컸던 것 같다. 희한하지 참. 나이를 먹은 건지 내 일상이 생각보다 너무나 소중했던 건지..?
그런 생각들을 하며 카페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냈다. 우유니라는 큰 숙제를 마친 후에 어떻게 할 것인가 정해놓은 것은 없으니 내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될 텐데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언제나 내게 가장 어려웠던 질문과 또다시 마주치게 되었다. 여행을 잘 마치는 것? 손해를 보더라도 일찍 돌아가는 것? 고민이 깊어질수록 머리가 아파져 갔다.
하지만 금새 배가 고파져서 고민을 잊고 먹을 것을 찾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