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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Jan 11. 2019

늘어가는 콘텐츠 부채

콘텐츠 산업에 기여하게 된 지 어느새 2달이 넘었다. 사람들도 업종도 너무 좋고 아직까진 야근을 해도 몸은 힘든데 즐거운 편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 


헌데 시간이 지날수록 콘텐츠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 회사에서 사람들이랑 우스갯소리로 쓰는 단어인데 보려고 찜해놓고 적어놓고 저장해놓은 콘텐츠는 점점 많아지는데 못 보고 있다는 뜻이다. 마치 부채처럼 쌓여가는 나의 위시 콘텐츠들.. 


옛날에도 그랬지만 요즘은 정말 급속도로 늘어가고 있다.


대학생 때 한참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미친 사람처럼 탐닉할 시절에 그런 생각을 했었다. '아 도서관에 갇혔으면 좋겠다. 한 이틀 갇히면 읽고 싶은 책 맘껏 읽고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읽고 싶은 책, 보고 싶은 영화가 너무너무 많은데 나의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그 제한된 시간 속에서 '아무리 열심히 읽고 봐도 그 순간에도 좋은 콘텐츠들이 계속해서 생산되고 있으니 나는 이 세상 좋은 콘텐츠들을 다 못 보고 죽겠지.' 등등의 미친 생각들 (20대 초반에만 가능한 생각이다 진짜 ㅋㅋ)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출퇴근을 하고 일이 바쁘고 다른 중요한 것들이 많아지고 생활에 여유가 없어지면서 예전만큼 읽고 싶고 보고 싶은 욕망도 줄어들었고 (줄었다기보다 욕망할 여유조차 없었다고 해야 하나) 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도 많아졌고 말이다. 그러다 보니 그냥 부담을 내려놓고 읽고 싶은 만큼, 보고 싶은 만큼만 봤었다. 


그런데 콘텐츠 플랫폼에서 일을 하게 되니 나랑 비슷한 사람들, 콘텐츠 덕후? 들과 함께 일해서 너무 좋긴 한데 그만큼 못 보고 못 읽은 콘텐츠들에 대한 집착과 부담이 커져가는 것 같다. 근데 뭐 그렇다고 난 못 봤는데 난 못 읽었는데 하며 부끄럽거나 괴롭거나 그런 문제는 아니고, 이거 재밌다 저거 재밌다 추천작이 너무나도 많아서 보고 싶은 콘텐츠들이 점점 쌓여 가는데 볼 시간은 많지가 않아서 속상한 그런 느낌..? 조급한 느낌..? 


퍼블리 구독해놨는데 그것도 읽고 싶은 게 많고 왓챠플레이에 보고 싶어요 해놓은 작품도 점점 늘어가고 집에 읽겠다고 사놓은 책들도 많이 밀려있고 스카이캐슬이 그렇게 재밌다고 하는데 아직 못 봤고 왓챠플레이에 빅뱅이론이랑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가 들어온다는데 그게 또 그렇게 재밌다고 하니까 넘나 보고 싶은데 나는 아직 (이제서야) 왕좌의 게임을 정주행하고 있을 뿐이고..... 나름 이래저래 영화도 드라마도 많이 본 사람인데도 명작 미드엔 넘나 약한 것.. 


한편으론 아 앞으로도 계속 볼게 많아 행복해. 하는 기분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영상 보느라 책을 못 읽어서 슬프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너무 얕게 많은 영상만 소비하는 기분이기도 하고 그렇다. 


그래도 어쨌거나 행복한 고민인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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