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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Feb 14. 2019

발렌타인 데이

어제까지 난 오늘이 발렌타인데이란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근데 어젯밤에 짝꿍이 술을 먹고 엄청시리 늦게 들어왔다. 약간 화가 나고 피곤한 상태로 잠들었다가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초코 뭐시기가 식탁 위에 있는 것이었다. 그걸 보고 난 아아! 발렌타인 데이 인가! 하고 자는 짝꿍을 깨워 이거뭐야아?하고 물어봤는데 회사 사람이 줬다고 말하고 다시 자는 게 아닌가?! 쳇 나주려고 사온 건 줄 알았는데!


회사에서 사람들이 퇴근하고 어디 안 가냐 했을 때도 에이 뭐 데이 같은 거 잘 안 챙겨서~~ 하고 말았는데 (실제로 잘 안 챙기긴 하는데) 작년에 난 쪼꼬를 받은 기억이 있어서 올해도 주려나 했던 것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혼자 밥을 먹으며 생각했다. 오늘은 일찍 들어온다고 했으니 초콜릿 같은 거 사 오려나? 머 안 먹어도 되는데 후후.. 하고.. ㅋㅋㅋㅋ


그러다 짝꿍이 집에 돌아왔고 그의 얼굴을 보고 난 갑자기 뭔가 내가 큰 착각을 하고 있단 것을 깨달았다.. 그가 무슨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얼굴을 보니 그냥 갑자기 깨달음을 얻었다..


아?????

아....!!!!!!!!!!

내가 주는 날이었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 이때까지 나는 정말 진심으로

내가 초콜릿 받는 날인 줄 알았던 거시다..


나가서 사 올 수도 없고 아놔


원래 잘 안 챙기긴 하는데, 낮에 떠올랐던 그 초콜릿이 작년 화이트데이 때 받은 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아 버린 나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ㅋㅋㅋ  올핸 내가 페레로 로쉐라도 한 개 사줬어야 했는데! 하아..ㅋㅋ


왜 당연히 내가 받는 날인 줄 알아쓰까..??ㅋㅋㅋ


짝꿍에게 슬쩍 아~ 오늘이 발렌타인 데이구나 까맣게 몰랐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고 넘어가긴 했다. 초반엔 내가 주고 짝꿍이 까묵고 최근 2년간은 내가 까묵고 짝꿍이 줬으니 쌤쌤합시다 하고.


내가 받는 날인 줄 알았다고 말하며 웃었지만 내가 받는 날인 줄 알고 나 줄 거 안 사 오고 남이 준거받아온 너에게 약간 삐졌었단 말은 못 했다..ㅋㅋㅋㅋㅋㅋㅋ 나란 여자 적반하장..


암튼 그냥 내가 정말 한치의 의심도 없이 내가 받는 날이라고 생각한 게 너무 웃겨서 적어보는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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