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브런치 앱에서 알림이 왔다.
구독자가 천명을 돌파했다고. 그럴싸한 컨셉도 없고 전문적이거나 심금을 울리는 글이 아닌데도 조금씩 구독자가 생기는 게 신기했는데 그게 어느새 천명이 되었다니? 신기방기..
여행기를 쓸 때도 있고 가끔은 영화나 책에 대해, 또 가끔은 고민되는 이야기를 끄적이기도 하고 심지어 사진 한 장만 올리기도 하고 일단 뭐라도 쓰자는 생각으로 틈틈이 썼더니 그새 글이 많이 모이긴 했다.
SNS에 진지하게 글을 쓰는 게 부끄러운 일처럼 느껴졌던 2,3년 전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은데.. 다른 플랫폼보다 뭔가, 공개적이지만 공개적이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고 해야 하나. 크게 검색에 많이 잡히지 않아서 부담이 없고 소수의 사람들이 와서 내 글을 읽으니 내 글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는 조금 해소되면서도 댓글로 소통해야 하거나 하는 부담은 덜하고(댓글이 잘 안 달림) 아는 사람들은 잘 보지 않아서 덜 부끄럽고..?ㅋㅋ 닝겐의 마음은 정말 복잡하기 짝이 없군. 무튼 누군가 보고 있지만 보고 있는 티가 잘 안 나서 내 맘대로 글쓰기가 좋다고 해야 할까나.
라고 사실 인스타에 썼다가 브런치에도 옮겨왔다. 요즘 브런치를 켜서 글을 세줄 쓰다가 다 못쓰고 꺼버린 적이 꽤 많다. 그러고선 밤에 인스타엔 글을 저렇게 길게 쓰는 형국인 것이다. 내가 폰을 들고 무언가를 적는 행위는 동일한데도 내가 이 플랫폼을 어떤 존재로 인지하고 있느냐에 따라 나의 행위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사람은 참 신기한 동물이 아닐 수 없다.
암튼 이 글의 결론은 '구독자 천명이라니 신기하고도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