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경험을 해야만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하면서도 글로 쓸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어떤 이는 모두가 하는 일상적인 출퇴근 길에도 글로 쓰고 싶은 것들이 넘쳐난다.
생각: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
사고: 생각하고 궁리함
사색: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짐
일상적으로 하는 것은 '생각'이다. 깊지 않고 가벼운, 생활에 필요한 생각들. 거기서 좀 더 나아가면 '사고'다.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까?' '오늘 회의에선 이런 이야기를 해야겠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사색'이다. 한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 '글을 쓰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같은 것..? 여기까지 와야 글을 쓰고 싶고 쓸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최근 무척 바빴고 지난 토요일에서야 큰 행사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이제야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고 페이스북을 살펴보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담아낼 자신만의 생각이 없어서다.`라는 누군가의 글을 보고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브런치를 열었다. 사색을 하게 된 걸까?
사색을 해야 나만의 생각이 생기고 의견이 생긴다. 그제야 글이 쓰여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습관적으로 '뭐 다 장단점이 있으니까~' 하면서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곤 하는데 사실 그 속에 담긴 건 인정보다 회피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짝꿍이 한 적이 있다. 모든 것엔 장단점이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스스로 알아야 하는데 뭐 다 그렇지 하고 회피해버리는 것이다. (제일 못하는 것이 찬반토론!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는 것 같아..) 그 이야기를 듣고 정곡을 찔린 것처럼 부끄러웠다.
나는 충돌하는 것이 두려워 내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편이다. 이렇게 인정하게 된 것도 몇 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충돌이 많지 않아 좋은 점도 있지만 곤란한 상황에 처할 때도 있다. 속으로라도 내 생각을 정리해놓지 않으면 정말로 나중에 내 이야기를 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혹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선택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위에 사색을 해야 나만의 생각이 생기고 의견이 생기고 글이 쓰여진다고 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가 보다. 사색의 주제가 중요한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주로 마음에 대해서 고민하고 주변과 이어진 의견에 대해서는 덜 고민해왔던 것 같다. 아니 사실 글로 쓰기가 두렵다고 해야 하나. 페미니즘이나 딩크족 같은 문제들, 모두가 각자의 입장이 있는 것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라고 말하는 것이 두려운가 보다. 사실 그럼 비공개 글로 쓰면 되는 것....... 오늘 써볼까? 이렇게 두렵다면서도 써보려 하는 건 글로 써야 생각이 정리가 되기 때문이랄까
항상 글을 쓰고 나면 엉망진창 같아 보이지만 그래도 발행하고 몇 달 후에 읽어보면 오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싶어 진다. 오늘도 글을 쓰고 나니 횡설수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지만 잠시의 부끄러움을 참고 발행 버튼을 눌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