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와 벚꽃

집 앞 공원에 민들레가 한가득 피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노오랗게 핀 민들레가 어쩜 이렇게 예뻐 보이는지!

민들레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났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봄이면 벚꽃만을 칭송하게 되었던가. 언제부터였을까? 어렸을때도 벚꽃은 폈지만 개나리도 진달래도 목련도 함께였지 벚꽃만 주인공은 아니었다. 헌데 언젠가부터 다른 꽃들보다도 유독 벚꽃만이 주목을 받으며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일본의 하나미(꽃놀이) 때문일까? 벚꽃엔딩 때문일까 당연히 그 전부터 였겠지만 요즘처럼 이렇게 심하게 봄=벚꽃이 된건 언제부터 였는지 모르겠다. 분명 내가 어린이 시절엔 개나리 진달래가 더 주인공이었는데 말이지 

벚나무는 우리 눈에 띄기 가장 좋은 높은 위치에서 작고 얇은 꽃잎 수백 수천개를 모아 아름다운 모습으로 봄을 뽐내고 우릴 유혹한다. 화려하고 사진 찍기도 좋다. 한편 민들레는 가장 낮은 곳, 땅에 바로 붙어서 자라면서 꽃 한송이를 알차게 채우고 제몸을 바쳐 씨를 뿌리고 사라진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돌틈에서, 도로에서도 자라나며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결국 사람들은 벚꽃이 되고 싶을까? 세상은 벚꽃만 알아줄까? 세상엔 벚꽃같은 사람도 민들레 같은 사람도 필요한데 민들레 같은 사람들이 억지로 키를 키우거나 군집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은, 있는 걸까? 

민들레가 예뻤을 뿐인데 별 생각을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