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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Jul 18. 2015

2012년의 마지막 날

종이의 고향 지지향으로 갔다.

2012년의 마지막 날을 어디서 보낼 것인가.

고민했다. 


그냥 집에서 보내기엔 아쉬웠고 어딜 가기엔 복잡하고 시끄러운 것이 싫었다. 

여행을 가기에도 무리.


그러다가 발견한 곳이 '지지향'이었다. 


종이의 고향이라는 뜻을 품은 파주의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이름부터 너무 멋져서 반해버렸다고 해야 할까. 

건물 인테리어도 멋지고 방도 아주  깔끔했다. 나무색의 건물과 방과 침대와 책상.

출판단지 안에 있어서 시끄러울 일도 없었다.  심지어 방에 그 흔한 TV도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 책이 놓여 있었다. 


12월 31일 누구나 신나는 그 마지막 날, 누가 아무도 출근하지 않는 출판단지에 가겠는가.

그래서인지 당연히 가격도 저렴했다. 


지지향으로 가기 전날, 눈이 펑펑 내렸다. 엄청나게 쌓였다. 지지향도 눈 속에 묻혀 있었다. 

사람이 거의 없는 출판단지, 한밤중에 뽀득뽀득 눈을 밝으며 멋들어진 건물 사이를 걸어 다니는 건 생각보다 더 좋았다.


밖에는 차가운 눈이 쌓여있고 안에는 따뜻한 책이 가득했다.



낮에는 헤이리의 카페에 갔다.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고 눈을 바라보았다.





 

말처럼 그렇게 멋지지만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현대인인 우리는 금세 심심해져서 파주 아울렛에 갔다.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문명을 누렸다. 그러고는 다시 지지향으로 돌아와 문명을 싫어하는 사람들 인척 했다. 음악을 듣고 책을 읽었다. 


안예쁜 발과 예쁜 방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는 1박 2일 이었지만 나에게는 3년 전 이 밤이 기억 저 밑에 굉장히 좋은 음악처럼 남아있다. 조용한 곳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진 이 시대에서 출판단지의 적막은, 큰 위로가 되었다.


어쩌면 3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조금 더 미화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기억이란 그런 거니까 뭐 상관없다. 


다시 지지향에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더 간다 해도 실망하진 않을 것 같다. 

아. 그때 다녀온 후에 너무 좋아서 파주의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봤었는데 지지향 말고도 좋은 곳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좋은 곳이 더 많아졌으리라. 


글은 항상 마무리가 어렵다. 

지지향 이야기를 하다 보니 최근 1년간 독서를 게을리한 것을 반성하며 글을  마쳐야겠다고 생각한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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