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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Aug 05. 2016

솔직하기가 너무 어렵다.

나는 솔직하기가 너무 어렵다.


내가 단지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피하거나 그냥 내가 참고 넘어가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쌓여, 결국 내게 좋지 않은 결과로 돌아온 적도 많았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솔직하기란 너무나도 어렵다.


사소한 일에서도 솔직하기가 쉽지 않다. 싫을 때 싫다고 좋을 때 좋다고 말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속상할때 속상하다고 말하거나 화가날때 화가난다고 말하는 것도 어렵다. 이야기하고 보니 솔직하기가 어렵다기 보다 감정을 '잘' 표현하기가 어렵다고 말해야 하는걸까.


솔직해져야지, 내 감정에 귀를 귀울여야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내 감정을 외면하지 말아야지, 하고 수십번 수백번 다짐해봐도 내가 원래 그렇게 생겨먹어서 그런건지 잘 안된다. 어렵다.


물론 어차피 모두가 100% 솔직할 순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동료가 입은 옷이 이상하게 느껴져도 이상하다고 얘기하지 않고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지루할지라도 지루하다고 이야기 하지 않는 다거나 속상하지만 괜찮다고 이야기하거나 김밥이 먹고 싶은데 모두가 짜장면을 먹으러 가겠다고 하면 짜장면을 먹으러 간다거나.. 아주 다양한 상황에서 우리는 솔직하지 못하다.


왜 솔직하기가 어려울까?


어쩌면 자존감과도 연결된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솔직하기 어렵다는 것은 내가 솔직하게 말하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며 남들의 시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일테고, 나도 모르게 내 감정보다 다른 사람들의 감정이나 시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 일거다.


이건 타인의 감정에 예민한 것일까 아니면 자존감이 낮은걸까. 보통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느라 힘들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난 내 스스로 이정도면 예쁘고 이정도면 똘똘하고 그래 이정도면 잘 산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자존감이 낮은 것 같진 않다. 근데 나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쟤가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은 된다 -_-;; 약간 착한척하고 싶어하는 기질이 있어서 이해심 많고 배려있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모두에게 친절한 말도 안되는 여성이 되고 싶은 욕구가 강한 것 같다. 뭐 물론 모두가 양면을 가지고 있겠지.


솔직하려면 일단 내 감정을 잘 알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하는데 내 감정 살필 시간에 상대방 감정 먼저 살피며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감정이 덜 상할까 고민하고 있으니 내 감정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을 수 밖에. (뭣이 중헌디)


아 얼마전에 무한도전에서 '박명수 처럼 살아보기' vs '유재석 처럼 살아보기' 를 테마로 잡은 적이 있다. 박명수와 유재석이라고 하면 재석느님이 훨씬 멋져 보이지만 당장 내가 누구처럼 살아볼 것이냐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설문 조사에서도 박빙이었다고. 그 방송을 보면서 나는 크게 고민 할 것 없이 '박명수'처럼 사는 것을 택했다. 솔직하게 내 생각 당당하게 말하면서 사는 것, 사실은 박명수처럼 윽박지르며 살아보는게 더 속시원할 것 같았다.


생각의 흐름대로 쓰는 엉망진창인 글은 언제나 마무리가 어렵다.


어찌되었든 내가 원하는 것은 내 감정을 더 잘 알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싶고 그걸 잘 표현하고 싶다. 속상한 것을 속상하다고 말 못하고 괜히 삐지고 투덜대고 다른 핑계를 대고 화를 낸다거나 쌓아놓고 나중에 혼자 끙끙대다가 터뜨리거나 하지 않고 그때 그때 감정 그대로를 잘 표현하여 내 마음을 다독이며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순간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는 것. 그러지 못했던 순간들을 되돌아보며 왜 못그랬을까? 담에 어떻게 할 수 있나? 생각해보는 것. 그리고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나 찬찬히 보는 것.


그러고보니 예전부터 좋아하던 글귀가 있었다.


남과 다르다고 나를 배신하지 말 것.

 헌데 나는 매일 나를 배신하고 있다.


남과 다르다고 나를 배신하지 말 것.
나와 다르다고 그 사람을 멀리하지 말 것.
마음은 따뜻하게 행동은 씩씩하게.
진심이 통할 때까지 시간을 두고 기다릴 것.  

- 황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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