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름은 김윤아
굉장히 어린 시절부터 자우림의 노래를 들어왔다.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언니들이 자우림을 좋아했기 때문이리라. 자우림의 1집은 1997년에 발표 되었으니.. 중학생도 되기 전에 언니들이 사왔던 앨범들을 듣기 시작했고 김윤아의 첫 솔로앨범이 2001년, 두번째 솔로앨범 2004년 이니 내 고3시절의 모든 괴로움도 그녀의 우울한 노래와 함께 했다. 특히 두번째 앨범은 내가 정말 살면서 가장 많이 반복해서 들은 앨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 저것 다 해보기 좋아하는 내게는, 오랫동안 꾸준히 좋아해온 많지 않은 어떤 것 중의 하나인 셈이다. 그런데 몇일 전 자우림 페이스북에 8월 8일 두둥. 뭔가가 올라왔다. 뭐지?
그리고 8월 8일, 새 음원이 출시 되었다.
4월에 앨범에서 가장 어두운 곡 ‘키리에’를
8월에 앨범에서 가장 밝은 곡 ‘안녕’을 발표합니다.
라고 했다. 밝은 곡? 음? 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내가 요즘 그녀를 너무 잊고 살았었나 보다. 그녀에게 밝은 곡이란 이런 곡인것을 (그래서 너무 좋아) '키리에'도 좋았지만 그때와는 다른 오랜만에 느껴보는 어떤 기분이 오늘은 느껴졌다. 아무래도 오늘 뭔가 내가 좀 감성 돋는 날인 것 같다.
그녀는 그리고 이런 말을 했다. (페이스북에)
우리는 결국 모두 타인이고 서로를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애써도 수명이 다 돼 버린 인연을 억지로 되돌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멀어져가는 이의 행복을 빌고, 새로운 이에게 마음을 열며 인연과 인연 사이에서 덜 상처받고 더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안녕.
우리들의 얘기가
마지막 장을 향하네
발걸음 돌이키며
안녕
안녕
우린 여기까지인가 봐
새벽이 밝아오네
조용히 차가운 숨을 내쉬며
시간이 다가오네
조금씩 그러나 쉼 없이
흘러가는 시간처럼
우리의 인연도 흘러 흘러
거슬러 올라갈 수 없는 곳에 닿았어
우리들의 얘기가
인연에도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는가 봐
발버둥 쳐도 흩어질 인연은
흩어져만 가네
다만 행복하길 바랄 뿐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잡을 수 없는 것은
잡을 수 없는 대로
새날이 밝아오네
조용히 냉정한 표정으로
햇살이 눈부시게
부서져 슬픔을 말할 수 없어
흘러가는 시간처럼
우리의 인연도 흘러 흘러
거슬러 올라갈 수 없는 곳에 닿았어
우리들의 얘기도
특별할 것 하나 없어
사람들 모두 그렇듯 안녕하고
그냥 스쳐 지나면 돼
우리들의 얘기가
마지막 장을 향하네
가만히 그 뒷모습 바라본다
안녕
우리는 떠나는 이를 억지로 잡을 수 없다. 나이를 먹으며 멀어지고 떠나가는 인연들을 붙들어 맬 수 없다. 크게 좌절할 것도 속상할 것도 슬퍼할 것도 없다. 한 때 서로 행복했던 날들을 추억하며 행복을 빌어주면 된다.고 말해준다. 이 노래가.
이 노래를 듣고 있자니 두가지 생각이 났다.
하나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태엽감는 새'에 나왔던 구절, 8년동안 함께한 아내에 대해 문득,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그 순간,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에 대하여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즉 누군가를 알기 위해 오랜시간 동안 진지하게 노력을 거듭하면 상대의 본질에 얼마만큼 가까이 갈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가 잘 알고 잇다고 생각하는 상대에 관하여 그에게 정말로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또 하나는 그녀의 노래 중 가장 큰 위로를 받았던 '위로'란 노래.
누군가 울면 누군가 웃고
누군가 오면 누군가 가고
위로하고 싶지만 딱히 생각이 안나
누가 있으면 누구는 없어
나를 잊으면 넌 기억되고
그런 거 그런 거
누군가 울면 누군가 웃고
너를 반기면 나는 떠나고
그런 거 그런 거
오늘은 이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