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를 읽은 날
-1년전에 쓰고 1년간 서랍속에 있던 글, 항상 예전 글을 읽으면 그때의 내가 더 치열하고 깊어 보이는 건 왜일까.
내가 단지 나로써 살아가는 것 조차 쉽지 않은 요즘, 나는 결국 유리멘탈이란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요즘. 거센 주장들에 반박하기도 쉽지 않고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도 이제는 들지 않고 그저 마음대로 생각하게 두고만 싶다. 실제도 그렇기도 하고.
주말에 '미움받을 용기'도 읽고 생각도 많이 했는데 아직도 심리 상태가 너무나 불안정하다. 9월 들어 왜이러는지 도통 모르겠네.. 가을 타나요?
책에 의하면 과제를 분리하라고 했다. 나의 과제와 타인의 과제를. 타인의 과제까지 떠맡으려 하지 말 것. 즉, 나를 싫어하고 아니고의 문제는 타인의 문제지 나의 문제가 아니다. 타인이 나에게 품는 감정까지 내가 컨트롤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타인의 생각까지 내가 어떻게 해보려 하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며 그것 때문에 괴로운 것 또한 쓸데없는 짓이다.
현재 여러 상황에 접목해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다. 상사와 나의 문제도 애인과 나의 문제도, 적용 가능한..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많이 남는다. 이론은 이론일 수 밖에 없는? 청년이 비교적 집요하게 말도안된다며 철학자의 논리를 반박해 주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현실은 숙제다. 예를 들면,,
상사가 아무리 부당하게 화를 내도 그것은 '나'의 과제가 아닐세. 상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지. 자네가 먼저 다가갈 필요도 없고 고개를 숙일 필요도 없어. 자네가 할 일은 내 인생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고 내 과제를 직시하는 것이다. (중략) 누구도 내 과제에 개입시키지 말고 나도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구체적이고도 대인관계의 고민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아들러 심리학만의 획기적인 점이라고 할 수 있지.
위와 같이 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가? 상사의 문제는 나의 과제가 아니므로 니가 그렇게 하든말든 난 내 갈길을 간다! 가능할지 모르겠다.
아들러는 프로이트와 반대되는 목적론의 주장을 하는데 예를 들어 프로이트가 항상 니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어렸을때 이런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니가 이렇게 된거야 라는 식의 원인론을 주장한다면 아들러는 니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트라우마 때문이 아니라 니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핑계를 가져다 붙힌 것 뿐이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너는 바뀔 수 있다. 라는 식이다.
사실 핑계를 대고 자기 합리화를 하기에는 프로이트의 목적론이 너무나도 좋기 때문에 이렇게 더 널리 퍼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너무 소극적인데 이건 어렸을때 혼자서 자랐기 때문이다란 식의 프로이트의 이야기를 아들러에게 하면 니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대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어릴적 혼자 자란 이야기를 가져다 합리화를 하는 것 뿐이다. 진정 원인은 어릴적이 아니라 니가 지금 적극적이고 싶지 않은데에 있다 라고 한다면 누구든, 당신이 뭘알아! 나에대해 뭘알아!!! 라고 흥분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