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꿈? 이제는 놓았습니다

어린시절의 욕망

by 얌니

나는 내가 꽤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20대 초반까지,
‘내가 속한 세계’가 곧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러다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내가 얼마나 좁은 시야 속에서 살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나는 공공기관에 진심이라고 생각했다.
그 길이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인 줄 알았다.

그 시절 만났던 남자친구에게,
주위 어른들과 친구들에게 나는 말하곤 했다.
"공공기관에 들어가고 싶어. 좋은 부모가 되려면 그런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하니까."

지금 생각하면, 마치 구애를 위해 날개를 활짝 펴던 공작새처럼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우며 나를 포장하고 있었던 것 같다.


"출퇴근이 보장돼."
"여자들이 다니기 좋은 직장이래."

그럴듯한 말들을 줄줄 읊다 보면
사람들은 "멋지다", "현명하다"며 칭찬해주었다.
그 칭찬에 나는 온몸을 덕지덕지 샤워하듯 덮으며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우리 가족도 늘 말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야 해."

나는 그래서,
공공기관에 들어가는 것이 내 진짜 꿈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내 안의 결핍도, 그 직장만 가지면 해결될 거라 생각했다.

‘가난한 집안에서 성공한 얌니!’
‘사촌들도 더는 날 무시 못하겠지.’
‘이제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야.’

그건 꿈이 아니라, 환상이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공공기관을 꿈꿨던 진짜 이유는
인정받는 나’를 만들고 싶었던 욕망이었다.

사실 공공기관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알게 된 건
행정직 업무 자체는 꽤 잘 맞았다는 것이다.
“넌 딱 봐도 건보상이야~”
이런 말을 종종 들을 만큼,
관상도 그랬나 보다.


그렇지만,
나는 이제 그런 이유로 살아가고 싶지 않다.

남의 인정을 받기 위한 삶.
끊임없이 사랑받기 위한 선택들.


이제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

내가 즐길 수 있는 일.
나의 속도로 걸어갈 수 있는 일.
그런 일을 하며 살고 싶다.


좀 위태로우면 어떤가?
직장을 몇 번 옮기면 어떤가?
모두 내가 살아내야 할 나의 삶이다.


남들이 뭐라 하든, 내가 지켜낼 나의 이야기.

그때 가졌던 공공기관이라는 ‘꿈’은
사실 사랑받고 싶었던 어린 나의 욕망이었다.


지금은 안다.
진짜 나를 위한 자아실현이 무엇인지.
그래서, 나는 이제
공공기관이라는 꿈을 조용히 놓는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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