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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무JIN Oct 15. 2023

예상한 최악보다는 나았다면 그걸로도 충분해

 커리어 사춘기를 겪고 있습니다 #1

최근 3개월 전 이직을 하게 되었다. 인더스트리를 바꾸고 싶었고, 업무 조건이 잘 맞아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다. 막상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니, 면접 때 이야기 했던 내용과 다른 부분이 많았고, 이전 회사 보다 규모가 큰 편이라 업무 폭이 많이 줄게 되었다. 이전 회사에서는 당연하게 스스로 결정했던 부분이, 현재 회사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이 많이 필요하여 업무 진행이 더디기도 했다.


인더스트리를 바꾸면서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되는 게 설레는 일이었지만, 예상보다 업무 범위가 적어서 당혹스러웠다. 사회 초년생부터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현재 회사 프로세스에 적응 중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조그마한 일만 해도 괜찮은 걸까. 남들은 앞서 가고 있는데 나만 뒤처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내가 과연 여기서 성장할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생각이 많아지던 중에 넷플릭스에서 <데블스 플랜>을 정주행 했다. 인상 깊은 내용이 많았지만, 지금 내 상황에 이입했을 때 가장 좋았던 장면을 한 가지 뽑으라 한다면 여행 크리에이터 곽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곽준빈이 게임에 떨어지면서 인터뷰한 부분이다.


"결승전에 갈 사람으로 저를 꼽은 사람은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걸 깨고 싶었는데,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못 이기겠다 이 사람들은. 그래도 생각보다 나 똑똑하네? 4등 했잖아요. 저런 괴물들과 싸워서 4등 하는 거는 쉽지 않거든요. 계획했던 건 우승이었는데, 예상했던 건 꼴등이었거든요. 근데 4등 했으니까 12명 중에 만족합니다." -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 11화


게임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곽준빈은 결승전에 갈 수 있어 보였으나, 후반전이 되면서 탈락하게 된다.

나였다면 게임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는 가벼웠을지 몰라도, 7일 간 방에 갇혀 생존게임을 했다면 그것도 마지막 날까지 생존했다면 욕심이 나지 않았을까? 설사 내가 떨어지는 게 분명해 보이더라도, 분하고 억울한 감정이 앞섰을 것이다. 하지만 곽준빈이 게임 끝무렵에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만족해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매번 잘해야 하고 완벽해야 하는 게 아니라, 1등이 아니어도, 처음 계획과는 좀 달라도 내가 예상한 최악보다는 나았다면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나? 적어도 할 수 있는 모든 걸 시도하고 결과는 잠시 미뤄두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되지 않았다면, 목표했던 건 못하더라도 예상보다 좋으면 만족할 수 있으니까. 내일은 모든지 완벽해야 하고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조금 벗어나 오늘 보다 조금 더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자.


"커리어를 쌓는다는 건 이렇게 흔들리면서, 아닌 것 같은 길을 걸을 때는 괴로워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앞만 보는 경주마처럼 내달리면서 나의 길에 점점 확신을 갖게 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좋아하는 일은 어느 날 불쑥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그 일에 시간과 노력을 쏟고 내 안에 경험이 쌓이면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렇게 진짜 마케터가 된다>, 고현숙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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