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사춘기를 겪고 있습니다 #2
이번 주말에는 도자기 원데이 클래스를 했다.
초등학교 이후 지점토는 처음 만져서 낯설고 반가웠다.
도자기를 체험하기로 한 이유는 단순하게도(?) 재밌어 보여서이다.
숙련된 기술자가 도자기를 빚는 모습이 멋있고 나만의 도자기 그릇을 만들고 싶었다.
내후년이면 서른이겄만, 아직 제대로 된 취미가 없어서 새롭게 찾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약 2시간 정도 진행된 도자기 수업은 기대했던 것보다 재밌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차분해지는 기분 덕분에 오랜만에 재밌는 걸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이 가르쳐준 대로 지점토를 쌓던 중, 함께 수업을 들으러 온 모녀의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다.
딸이 중학생인데 지난주에 갑자기 원예과를 가고 싶다고 해서 수업을 신청하게 되셨다는 이야기였다.
아직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하고 싶은 게 매일 바뀌니, 해보고 싶다는 건 다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이유였다. 멋있는 마인드를 가진 어머니가 대단하고, 그런 어머니를 둔 딸이 부러웠다.
한편으로는 매일 같이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맞는지 고민하고 흔들리는 나 자신과 비슷해 보여서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해봤으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지금이라도 어떠랴. 오늘 만난 도자기처럼 내 인생을 풍부하게 만들어줄 무언가는 계속 찾으면 언젠가 만나게 되겠지.
EO(이오)라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오는 영상에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멋진 커리어를 쌓거나 성공한 사업가도 대단해 보이는지만 그들도 모두 흔들리고 왔던 길을 돌아가면서 점점 확신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고 행동하고 발견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많이 고민하고 스스로에게 솔직해지자. 내 남은 인생 동안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갑자기 어느 순간 완전히 미지의 영역을 0에서 1로 가자 이건 굉장히 힘든 것 같아요.
작은 성취나 목표가 중간중간에 필요한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도 기계공학에서 소프트웨어 개발로 옮겼을 때,
한 번에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옮긴 게 아니잖아요.
회사에 다니면서 작은 실험들을 통해서 결과를 만들어 냈잖아요.
작은 결과들이 계속 쌓이다 보면, 주위에서 말을 안 해줘도 스스로 아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많은 경우에 작은 결과나 목표를 이룰 생각을 하기보다는
뭔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싹 다 버려버리고 새로운 걸로 올인해야지 이런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아마존이 어떻게 그렇게 혁신을 잘해요?라고 물어보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그런 말을 했잖아요.
자기는 회사에 있는 것을 다 버리고 올인한 적이 한 번도 없대요.
회사에서 돈을 잘 버는 사업이 있으면 나머지 것들은 실험적으로 계속해보는 거예요.
자신의 지금 현재 위치와 자신의 잠재력의 크기를 같다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를 움직이는 가장 큰 내적동기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 어떤 식으로든 하게 돼요.
그래서 이걸 끊임없이 고민하시고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결국 찾아내시면 나머지는 알아서 해결되는 것 같아요."
- 실리콘밸리 개발자로 10년, 사업 망하고 우버를 몰다가 깨달은 인생 법칙 | Ceeya 박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