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오늘 하루는 성실하게 #11
속초 독립 서점에서 구입한 정혜윤 작가님의 <삶의 발명>을 드디어 완독 했다. 책을 구입한 지는 2년이 다 되어 가는 데 한동안 핸드폰에 빠져 사느라 책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정혜윤 작가님은 책 <슬픈 세상의 기쁜 말>로 처음 알게 되었다. 우연찮게 이 책 또한 제주 독립 서점에서 만났다. 시크릿 북이라는, 책을 예쁜 포장지로 감싸놓고 랜덤 뽑기처럼 마음에 드는 책 소개를 골라 품게 되었다.
작가님의 책은 재난, 기후 위기, 인재, 전쟁에 대해 상세히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책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무거운 주제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책에서는 마냥 무겁게 풀지 않고 완급 조절을 한다. 다만 기사로만 접하던 나에게 있어서, 실제 사건의 당사자들 혹은 유족들 혹은 주변 사람들 혹은 그 장소에 가서 직접 취재하고 부딪혔던 이야기를 읽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었다. 말 그대로 이 책은 이야기를 만든다. 날 것의 그대로를 이어놓은 기사의 일부가 아니라 사랑, 경이로움, 앎이라는 주제를 통해 말이다.
부끄럽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이 많다. 10년 간 초등학교 닭장에 갇혀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간 천연기념물 흑두루미 '두리' 이야기,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참사 그리고 일본의 전쟁 책임을 대신 짊어졌던 조선인 BC급 전범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모르는 것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과 한편으로는 이제야 이 이야기를 알게 된 나의 무지함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재난피해자권리센터에 아카이브 된 사건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거나 관련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는 점이 가슴이 아팠다. 현재 그리고 앞으로 발생할 사건 사고에 또다시 비극이 반복되어야 하는가.
그래도 우리는 이런 유가족 더는 없는 세상을 꿈꿔야만 한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상실 유한한 삶 속에 무한한 것은 오직 슬픔뿐인 것만 같은, 혼자서 겪어내고 혼자서 감당해야 할 괴로움이 너무 많은 시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삶의 발명> 사랑의 발명 중에서
이 책은 사람과 자연에 대한 사랑 위에서 쓰여진 이야기 같다. 이야기마다 작가님의 애정이 조금씩 다른 형태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기계발, 자아성찰, 명상 등 '나'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요즘 같은 때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다른 생명, 다른 이야기로 창조적으로 된다는 작가의 말에 깊은 울림을 받는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할 것. 사랑과 관심을 나누어 줄 것.
인간은 절대로 자기 홀로 창조적이지 않다. 자율성에는 한계가 있고 세상에 나와는 다른 생각,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행운이다. 사방 어디를 봐도 보이는 것이 나뿐이었다면 나는 지금쯤 ‘나-나-나-나’로 이어지는 가시철조망에 찔려 죽었을 것이다. 나를 변하게 하는 것은 고백도 아니고 내면의 응시도 아닌, 다른 사람, 다른 생명, 다른 이야기다. 내가 자꾸만 어디론가 가고 싶어 한다면 그것은 그날 밤의 경이로움과 같은, 세상에 숨겨진 경이로움과 마주치는 그 우연을 기대해서이다.
<삶의 발명> 경이로움의 발명 중에서
+) 책에서 언급된 다큐 <나의 문어 선생님>을 봤다. 문어가 이리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생물이었다니. 개와 고양이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문어 선생님 왈, 큰 고난에 다리가 잘려도 잘 쉬고 나면 자라나기 마련이라고 했다. 기억할 것.
++)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유튜브 알고리즘에 나타난 춘식이! 셋째를 낳았다고 한다. 제주도에 가면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