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 다시 도서관에 가보니, 노인과 바다는 아직 꽂혀있지 않았다. 반납일을 확인해보자 싶어 검색해보니 8월 17일이다. 할 수 없이 다른 출판사 책을 읽었다. 책갈피를 뒤적이며 이어서 볼 페이지를 찾았다. 번역자가 다르니 느낌이 달라 적응이 필요했다.
저번에 읽은 내용은 노인의 낚싯바늘에 큰 물고기가 걸려들고 이틀간의 이야기다.
이제 드디어 그 물고기가 커다란 몸체를 드러냈으며, 노인이 혼신의 힘으로 낚시에 성공하는 장면까지 읽었다.
내가 노인과 바다를 왜 읽으려고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았다.
추측건대, 이 책은 늙은 뱃사람이 물고기를 잡아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가 지루할 정도로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을 것이다. (90페이지까지 읽은 바로)
난 아마도 그 지루함과 세밀함과 씨름을 하고 싶은 것 같다. 이열치열하듯이 말이다. 등장인물과 사건이 많지 않은 단순함도 좋다.
천천히 30페이지씩 읽어야지.
드디어 책을 다 읽었다. 노인은 상어 떼의 잇따른 공격에 살점이 거의 다 뜯긴,
뼈만 남은 물고기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먼바다에서 오롯이 혼자서 전쟁을 치르고 온 노인은 비록 상어와의 전쟁에서 지긴 했지만,
자신과 싸움에선 절대 지지 않았다.
비록 뼈 밖에 안 남은 물고기지만 사람들은 뼈를 통해서 노인의 끈질김을 본다.
“나 아직 안 죽었어~~~~” 라는 노인의 소리없는 외침을 듣는다.
노인의 집념도 대단하지만, 그에게 소년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아무리 성공을 거둔 사람이라도, 혹은 패배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를 진심으로 인정하고 맞이해 줄 사람이 없다면 얼마나 공허할까.
노인을 위해 울어주고 보살펴 주는 소년이 있어서 독자로서 위로가 되었다.
허름한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꿈을 꾸는 노인이 행복해보인다.
책 마지막에,
해안가에 걸려있는 물고기 뼈를 보고 관광객이 웨이터에게 무슨 물고기냐고 물어본다.
웨이터는 상어에게 물어뜯긴 물고기라는 설명을 열심히 하는데,
관광객들은 웨이터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그 뼈가 티뷰론(스페인어 띠부론 즉 상어)의 것이라고 오해하고
이렇게 말한다.
‘와우~~!!!티뷰론의 꼬리가 이렇게 멋졌다니!’
노인이 낚은 고기는 청새치였는데 말이다.
헤밍웨이의 유머가 참 마음에 들었다. 지루하다는 말은 취소다
노인과 바다를 다 읽었으니 이제 또 어떤 책과 씨름할까!
여름, 도서관 서가를 서성인다.
“인간은 패배를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어.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아.”
-노인과 바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