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던 직장 근처엔 10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초등학교가 있었다. 운동장 가장자리엔 학교만큼이나 나이 많아 보이는 히말라야시다가 몇 그루 서 있는데 한 여름에도 그 나무 아래 벤치는 제법 시원했다.
점심시간이면 직장동료와 함께 그 나무 아래에서 쉬곤 했는데, 그날은 나 혼자였다. 분주한 오전이 지나간 식후에 밀려오는 노곤함은 꿀처럼 달콤하다. 짧아서 아쉬운 시간을 조용하게 맘껏 즐기고 있을 때다.
“맴맴맴맴매에~~, 맴맴맴맴매에~~~~ㅁ...”
갑자기 매미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혼자서 조용히 있단 생각은 착각이었다. 매미는 잎이 무성한 고목에서 계속해서 울고 있었는데 내가 의식하지 못했을 뿐. 매미소리는 더 크고 집요하게 울렸다. 매미들의 치열한 구애의 현장이 내 머리 위에 있구나 싶어 웃음이 났다.
여름마다 큰 소리로 울어대는 매미.
매미는 몸통 안의 얇은 막을 떨어서 소리를 내는데, 수컷이 암컷에게 구애할 때 소리를 낸다. 큰 소리로 우는 매미일수록 암컷에게 인기가 많다고 하니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말은 매미한테 안성맞춤이다.
결혼한 암컷 매미는 나무에 관을 꽂아 뱃속의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나무에서 내려와 땅속으로 들어가 3년에서 길면 17년 동안 땅속에서 살며 여러 번 허물을 벗는다. 초여름 매미 애벌레는 높은 나무에 올라가 또 허물을 벗은 다음 어른 매미가 되어 2주간 살다가 죽는다.
사람들은 매미의 짧은 생을 불쌍하다고 한다. 축축하고 어두운 땅속에서 지낸 애벌레 시간에 비해 나무에서 지낸 어른 매미의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미 입장에서는 땅속에서 안전하게 나무 수액을 받아먹으며 사는 어린 시절이 행복한지 모른다. 바깥세상은 위험한 천적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매미의 엄마, 아빠는 이미 산란과 교미 후 죽어버렸으니, 흙이 바로 매미의 엄마, 아빠 대신일 것 같다.
그러니 매미의 땅속 시절이 길다고 불쌍하다고 하는건 순전히 인간의 입장에서 보고 하는 이야기다.
매미는 어른이 되어 땅 위에 지내는 시간은 비록 짧지만, 그 짧은 시간동안(사람의 입장에서) 번식의 임무를 다 하기 위해 온몸으로 노래한다.
“맴맴맴맴매에~~, 맴맴맴맴매에~~~~ㅁ...”
옛 선비들은 매미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단다.
관(冠)의 끈이 늘어진 머리를 갖고 있어 문(文)이 있고, 이슬만 먹고살아 (淸)하고, 곡식을 먹지 않으니 청렴 (廉)하고, 집을 짓지 않으니 검소(儉)하고, 철 맞춰 허물을 벗고 절도를 지키니 믿음직스럽다(信) 하여 매미를 군자의 오덕(五德)을 갖춘 귀한 미물로 여겼다고 한다.
여름이면 사람을 혼자 내버려 두는 법이 없는 매미, 솔직히 시끄럽다고 생각했는데 올 여름은 다르게 느낄것 같다. 매미야 많이 울고, 많이 노래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