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파 놓았나
숲속에 있는 평상 아래에서 아주 작은 구멍을 발견했는데,
구멍 옆에 또 구멍이 있다.
아주 은밀한 함정같다.
매우 작은 깔때기 모양의 작은 함정을 누가 팠을까?
대체, 무엇을 노리고?
이 함정을 파 놓은 범인은 바로 명주잠자리과의 유충인 개미귀신이라는 녀석이다.
명주잠자리의 유충은 모래밭에 깔때기 모양의 둥지인 개미지옥을 만들고, 그 밑에 숨어있다가
함정에 빠진 개미 등의 작은 곤충을 큰 턱으로 물어 소화액을 넣은 다음 녹여 체액을 빨아먹는다.
만약 개미가 도망치려고 발버둥을 치면 모래를 끼얹어 미끄러지게 만들기 때문에 도망가기 힘들다.
개미귀신은 함정에 빠진 곤충을 잡아먹고 자라 번데기가 되고 성충으로 우화를 하는데 유충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거듭난다.
바로 요 녀석이 개미귀신인데 엄청 확대한 모습이다. 놀라지 마시라.
두둥~~!!!
확대한 모습이라 흉측하다. ㅋㅋ 실제로는 정말 작은데,
흙빛의 옷을 입고 모래 구멍 안에서 이제나 저제나 먹이를 기다리는
개미귀신을 상상하니 묘한 기분이 든다.
안쓰럽기도하고, 작지만 만만찮단 생각도 든다.
녀석이 어떻게 함정을 파는지 동영상을 봤더니 정말 기똥차다.
실제 구멍보다 범위를 넓게 잡아 빙빙 돌면서 점점 구멍을 파 나가다가,
모래가 제 몸에 쌓이면 휙휙 밖으로 던져버린다.
보통 깊이 5센티미터, 위 가장자리 지름은 약 7.5센티미터의 개미지옥을 만든다.
몇 시간에서 길게는 하루 이상 걸려 함정을 이곳저곳 만들어 놓고 그 속에 숨어서
몇 날 며칠 구멍에 빠질 곤충을 기다린다.
성충인 명주잠자리가 되는 동안 수백 마리의 개미 따위를 잡아먹는단다.
개미귀신의 행동은 오로지 생존을 위함이다.
하지만 함정에 빠진 곤충은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헤어 나올 수 없는 함정에 빠져 요렇게 작은 놈의 먹잇감이 되다니.
사람도 개미지옥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사기나 범죄 같은 무서운 함정에 빠졌을 때 개미지옥에 빠졌다고 비유한다.
헤어 나올 수 없는 덕질에도 그런 표현을 한다.
내가 가는 길에 개미지옥은 없는지 눈 뜨고 잘 살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