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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나트립 Jun 25. 2018

스코틀랜드 벤 네비스 산 등산하기

스코틀랜드는 우리가 영국이라고 부르는 United Kingdom을 구성하는 4개의 자치행정부(잉글랜드ㆍ스코틀랜드ㆍ웨일스ㆍ북아일랜드) 중 그레이트 브리튼 섬의 북쪽을 차지하는 곳이다. 스코틀랜드 북부는 북해를 사이에 두고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아랫부분과 마주 보고 있을 정도로 위도가 높아서 여름에는 해가 무척이나 늦게 지는 백야 현상까지도 만나게 되는 곳이다. 물론 그만큼... 여름엔 조금 덜 더운 곳이기도 하다.

또한 아주 오랫동안 무척이나 척박한 땅이었다. 
섬 지역 특유의 거센 바람은 어디서든 피할 수가 없고 농사를 지을 만한 땅이 별로 많지 않았으며 길고 을씨년스러운 겨울 날씨 때문에 사람들은 늘 기근에 시달려야 했다. 

물론 현재의 스코틀랜드에서는 오래 전의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오늘날의 스코틀랜드는 스코티쉬(스코틀랜드인)들의 검소한 성격과 영국의 수준 높은 복지정책으로 삶은 윤택하고, 엄격한 환경정책으로 깨끗한 공기, 깨끗한 물, 푸른 숲이 어우러져 아름답기 그지없는 곳이다. 가 다녀온 벤 네비스 산이 있는 하일랜드 역시 아름다운 곳이다.



벤 네비스는 스코틀랜드뿐 아니라 영국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높은 산이다

벤 네비스라는 이름이 '만년설의 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로 높은 산인가 보다. 사실 해발 고도는 그리 높지 않다.  최고봉의 높이가 1,340m. 설악산이 1,700m인걸 생각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정말 평범한 산이다. 그런데도 '만년설의 산'이라는 이름을 가질 정도라는 건 아마도 이 곳의 위도가 북위 50도 남짓한 고위도 지방이기 때문인 것 같다. 어지간한 고도에만 올라도 무척 추울 수밖에 없는 곳이다. 

벤 네비스(Ben Nevis) 산을 오르기 위해 여정을 푼 곳은 포트 윌리엄(Port william)이라는 도시. 벤 네비스뿐 아니라 인근 산악 지역으로 등반, 트래킹 등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아웃도어 피플이 묵어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한국인들도 이 곳에 많은 분들이 다녀가는 것 같다. 기차역 앞 마트에서 라면, 컵라면, 인스턴트 떡볶이, 햇반까지... 다양한 한국 음식들 덕분에 모처럼 행복한 과소비를 했던 기억이 난다.



포트 윌리엄에서 버스를 타고 대략 20분 정도 달려서 내린 곳은 벤 네비스 계곡으로의 출발점과 같은 하일랜드 센터(Highland Centre) 앞이다. 


그리고 곧장 벤 네비스 계곡(Glen Nevis)을 향해 걸었다.


스코틀랜드 날씨는 맑고 청명했다. 

주변의 나무들과 어우러진 상쾌한 아침 공기에 발걸음은 가볍고 또 가벼웠다.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걷리를 대략 20분. 드디어 글렌 네비스 비지터 센터(Glen Nevis Visitor Centre)가 보인다. 이 곳에서 간단하게 날씨와 함께 등반 가능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3.5파운드(약 5천 원)를 주고 등산 지도도 구입 가능하다.


이제 본격적인 등반 시작Ben Path라고 적힌 나무 표지판을 따라 길을 걸었다.


이런 길을 걷는다는 것만으로 온 마음이 착해지는 것 같다.


등산을 하는 동안 날씨가 정말 좋았다. 공기가 투명해서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까지도 맑게 보였고 간간이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빛 내림도 아름다웠다.


산길은 잘 정비되어 있었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있다. 제법 비탈지고 가파른 길임에도 가드레일이 없었다. 그냥 심플하게 정돈된 길... 자연에 닿는 인공적인 손길을 최소화하려는 이 나라의 정책 방향이 살짝 엿보이는 것 같았다. 어쨌든 우리나라와는 이런 면에서 정서적으로 조금 다르구나 하는 걸 자연스레 느끼게 되었다. 


또 산에는 나무가 별로 없다. 키 작은 양치식물들과 풀이 무성하게 온 산을 장악(?)하고 있는 느낌..
어느 산엘 가든 키 큰 나무들이 빼곡한 우리나라의 산에 익숙한 나로서는 이런 풍경들도 이채로와서 기분이 설레었다. 



어느 정도 산 중턱쯤에 올랐을 때 갑자기 풀이 무성한 평지가 펼쳐진다. 바람이 몹시 불었는데 나무가 없으니 엄청난 바람을 막아줄 아무런 장치가 없었다. 대략 이쯤에서 점심을 먹어야겠다 생각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좀 난감하긴 했지만 꿋꿋하게 배낭에서 컵라면과 보온병의 물을 꺼냈다.  지나가는 등산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호호 불어먹는 김치 사발면의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이제 다시 정상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런데 체감 기온이 갑자기 확 달라지는 걸 느꼈다. 산 아래쪽에서는 반팔 면티 하나 입고 출발했다가 점심을 먹을 무렵엔 긴팔 후드티를 꺼내 입었고, 다시 조금 더 올라가서는 얇은 경량 패딩 재킷을 꺼내 입었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체감 기온이 떨어지고 있었다. 급기야 정상 도착 2시간 전부터는 초겨울용 방한 재킷까지 꺼내 입고, 비니와 장갑까지 풀 장착을 해야 했다.

벤 네비스에서는 하루 만에 사계절을 만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실감을 하며 등산을 했다.



나무도 없이 풀만 무성하던 산은 위쪽으로 점점 다가가면서 풀조차 없는 돌산의 모습을 보여 주기까지 했다. 
숫자로 된 산의 높이만 보고는 꽤나 만만하게 생각하며 시작했던 등산이 시간이 지나면서는 무슨 히말라야에 오르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게 했다. 

게다가 정상에서 내려오는 등산객들은 나에게 하나 같이 30분 정도만 더 가면 된다며 힘내라는 응원의 한마디를 건네는 것을 잊지 않았지만, 그 30분만 더 가면 된다는 말을 30분마다 5번 정도는 들은 거 같다... 산길에서는 내려오는 사람이 오르는 사람의 기운을 북돋고 포기하지 않게 하려고 하얀 거짓말을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당시엔 이걸 외국에서조차 겪게 될 줄은 몰랐었다.


돌무더기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삭막한 길을 1시간을 넘게 걸어가는 길... 이 즈음엔 산은 온통 구름에 가려져 있었다. 눈 앞에 뭐가 얼마나 있을지 가늠조차 할 수가 없었던 시간들. 



어쨌든 무사히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은 정말~~~~~~~~ 정말~~~~~~~~~ 추웠고, 바람이 어마어마하게 불어댔다. 내가 조금만 더 날씬했더라면 바람에 날아가버릴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터무니 있게 해 볼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벤 네비스의 정상에서 바라본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고, 가려진 구름 사이로 살짝씩 바라보이는 저편의 풍경들은 그림 같았다. 드디어 정상에 섰다는 뿌듯함이 더해진 그 순간의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다.


내려오는 길, 오후의 붉은 햇살이 산비탈을 비추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는 사진으로도 말로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그저 그때의 눈과 심장에 기억으로만 남겨둘 뿐이다.


글렌 네비스 비지터 센터에서 정상까지 왕복하는 데는 대략 7시간 정도 걸린다. 산길은 가드레일이나 안전장치가 거의 전무하고, 가로등 따위도 없기 때문에 해가 지면 금세 깜깜해진다. 때문에 벤 네비스 산을 올르려면 일몰 시간을 잘 체크해서 늦지 않게 등반을 시작해야 한다. 꽤 긴 시간 동안의 등산이니 만큼 에너지를 보충해 줄 간식거리, 물 등등은 꼭 챙겨야 한다. 산 아래에서의 날씨만 믿고 가벼운 차림으로 등산을 시작했다가는 큰일 난다. 여러 겹으로 겹쳐 입을 수 있는 옷들을 잘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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