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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구 YANGGU Mar 28. 2018

조종사 부부의 여행 이야기 - 하노이

베트남의 기록

베트남.

물가가 싸서 여행 경비가 많이 안 드는 나라 중 한 곳인데, 화폐 단위가 커서 몇 번을 가도 헷갈린다.


10,000동이 약 500원으로 쌀국수 한 그릇에 약 2000원~3000원이라 했을 때 약 40,000동에서 60,000동이다. 만 단위로 딱 떨어지면 그나마 덜 헷갈리는데, 백 단위까지 들어가면 한국돈으로 얼만지 계산을 포기하는 편이다.


하루 종일 마음껏 먹고, 디저트까지 먹고 마사지까지 받고도 한국에서 데이트하는 비용의 반도 안 쓰게 되는 베트남. 현재 대한항공은 베트남의 다낭, 호찌민, 나짱 그리고 하노이에 취항을 하는데 네 군데 모두 가 본 내가 선호하는 베트남의 도시 1위는 호찌민이다. 개인적으로 호찌민 쪽의 음식이 나의 입맛에 제일 맞는 편이고 그곳에서 자주 가는 네일샵이 매우 싸다.


원래 베트남 같은 동남아는 거리가 가까운 편이니 현지에서 평균 24시간 정도의 휴식시간(현지에서 있는 시간을 '스테이'라고 한다)을 갖는다. 밤에 도착하면 다음 날 밤 다시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현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는 않다. 그런데 남편이 조종하는 보잉 777 기종은 여객기 말고 화물기로도 동남아에 가는데 그때에는 24시간이 아닌 스테이가 긴 편이다(화물기는 매일 운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편을 따라 하노이에 갔다(대한항공이 취항하는 베트남의 네 군데 도시 중 내 기준 4위지만 '스테이'가 길기 때문에). 나는 화물기를 타고 갈 수 없으니 남편과 따로 가야 했는데 내가 2시간 일찍 도착하므로 먼저 호텔에 가 있기로 했다. 도착해서 남편이 묵는 호텔(이미 나도 몇 번 가본)에 가서 먼저 체크인을 하고 씻고 짐을 푸니 남편이 왔다. 내가 짐 정리를 하고 있으니 남편이 한국인지 베트남인지 구분이 안 된다고 했다.


 




하노이에서 제일 재밌었던 순간을 꼽으라 한다면 맥주 거리에 갔을 때라고 단번에 말할 수 있다. 타이헨이라고 비비큐 레스토랑과 펍들이 즐비한 곳인데 호안끼엠 호수 옆에 위치해 저녁에 가기 좋은 곳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정말 지금 생각해도 우스운 경험을 했다.



우리나라의 한 프로그램에 나와 맥주 거리에서 한국인에게 제일 알려진 집인데 버터구이 BBQ를 파는 곳이다. 블로그에서 나름 검색을 해서 간 곳인데 서비스도 좋고 맛도 괜찮아 맛있게 먹고 있는데 갑자기 직원들이 야외테이블을 안 쪽으로 재빠르게 옮기기 시작했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알고 보니 순찰차가 출동한 것.

보여주기 식으로 순찰차가 출동하면 모든 야외 테이블을 안으로 옮기고 맛있게 먹고 있던 손님들은 허망한 표정을 하고 서 있는다. 그리고 순찰차가 멀리 가면 다시 테이블을 세팅해준다.



위의 두 사진이 같은 시각 같은 길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위의 사진의 아저씨들이 테이블이 안으로 옮겨진 뒤 쪼르르 앉아 있다. 우리는 저곳에 약 1시간 정도 있었는데 한 3~4번 정도 순찰차가 왔고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친절했던 아르바이트생이 더 이상 순찰차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사과했지만 아저씨들은 식사를 하다 말고 떠났다. 사진에 남편은 테이블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자세히 보면 우리의 테이블은 테라스 비스무리 한 곳에 놓여 있어서 안 치워도 된다나. 자리를 잘 잡은 덕분에 우리의 테이블은 치워지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다(만약 저곳을 간다면 꼭 테라스 자리에 앉으세요).


처음엔 너무 황당했지만 생각할수록 어떻게 저렇게 빨리 테이블을 치우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상황이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 언제 이런 경험을 또 해보겠어. 사진의 아르바이트생과도 친해져 같이 사진도 찍고 얘기도 많이 나눴다. 여행은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는 경우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쪽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더 많다. 물론 그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게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첫 경험이라 신기하고, 처음 보는 것이라 재미있고,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사람들이라 더욱 소중한 인연.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여행을 즐겁게 한다.




5번도 넘게 갔었지만 남편과 함께 한 이번 여행으로 하노이는 대한항공이 취항하는 베트남 도시 네 곳 중 나의 BEST 4위 에서 3위로 올라갔다. 4위로 밀려난 도시는 비밀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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