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가일까 고물상일까
승무원들은 여행하며 무언가 하나는 꼭 수집하는 편이다.
첫 비행을 갔을 때, 같이 간 선배가 내게 물었다. 뭐 모을 거야?
나에게 질문 한 언니는 스타벅스 시티컵을 모은다고 내게 말했다. 단점은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있고, 한국까지 가는 길에 깨질 위험이 있으며 스타벅스가 없거나 찾기 힘든 나라도 꽤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너무 단점이 많다고 판단 한 나는 부피가 적고 보관하기도 간편한 마그네틱과 비주얼로는 따라올 수 없는 스노우볼 중 고민하다 나는 스노우볼로 결정을 내렸고 뉴질랜드에서 내 첫 스노우볼을 구매했다.
위 사진의 스노우볼이 2013년에 구매한 것인데 자세히 보면 투명하지 않고 안의 액체가 핑크색이며 기포가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모으다 알게 된 스노우볼의 단점은 예쁘긴 하나 시간이 지나면 기포가 생긴다는 점과 이사할 때 골치가 아프다는 점, 그리고 깨질 위험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사진을 찍으면서 보니 지금까지 모은 스노우볼이 53개인데 그동안 깨진 것이 6~7개 정도이다. 청소하다가 깨고 지나가다 깨고... 처음 깼을 때는 땅을 치며 통곡했는데 깨진 스노우볼이 3개쯤 넘어가자 깨진 잔해물을 치우는 것이 귀찮은 정도였다. 하지만, 앞으로 다시 못 갈 것 같은 나라(예를 들면 더 이상 취항하지 않는 아프리카 라던지)의 스노우볼이 깨졌을 땐 정말 서운함이 크다.
결혼한 이후, 남편의 추천으로 모으게 된 것이 마그네틱이다(추천이라기보다는 내가 스노우볼 사는 것을 그만두게 하기 위함인 것 같다). 마그네틱이 디스플레이 하기도 용이하고 스노우볼보다 파는 곳이 많아 수집하기가 더 쉽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처음 가보는 도시들에서는 스노우볼을 사는 편이다.
근데 이런 걸 왜 모으는 거야?
라고 물어보면 사실 이렇다 할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첫째로, 해외에 나갔을 때 마음에 드는 스노우볼이나 마그네틱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행을 하다 보면 기념품 가게에 들르는 것이 필수 코스 중에 하나인데 자신이 수집하는 물품이 있다면 그 코너에 가서 비교하며 고르는 것이 나름 재미가 있다.
둘째로, 무한한 추억이다. 사진을 보면 '아, 여기에 갔었지' 하고 순간의 추억만을 떠올릴 수 있다면, 스노우볼이나 마그네틱은 그것을 사러 간 길부터 가는 길에 사 먹었던 아이스크림, 카페에 방금 산 스노우볼을 두고 와 다시 찾으러 간 일 등 영상처럼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해외여행 시에는 꼭 수집이 필수입니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나의 스노우볼과 마그네틱 수집은 현재 진행형이다. 언젠가는 엄청 큰 장식장(피규어 보관함 같은)을 사서 한 벽면이 가득 찰 때까지 모아보고 싶기도 하고, 내가 수집한 것 들을 전시해 보고 싶기도 하다. 나중에 아기가 태어나면 스노우볼을 보여주며 여행 이야기를 들려줘야지.
남편은 아기가 태어나면 어차피 다 깨질 스노우볼들이니 팔자고 농담처럼 말하는데, 혹시나 제 아이들이 '중고나라'에 올라온다면 저에게 귀띔 좀 해주세요!
스노우볼, 마그네틱, 엽서 이외의 다른 수집 가능 기념품 : 소주잔(실제로 모으는사람을 보았다), 인형(각 나라마다 특색있는 인형이 있다; 예를 들면 러시아의 마트료시카 같은), 티셔츠, 술병(또는 캔), 그릇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