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돈
여행을 가기 전, 필수로 해야 할 것이 바로 환전이다.
여행으로 갈 때에는 돈을 남겨오지 않으려고 동전까지 탈탈 털어 기념품을 마지막까지 사 오곤 했는데, 비행으로 가다 보니 남으면 다음에 쓰면 되지 하는 생각에 남은 돈을 다시 들고 오고 실제로도 그러하다.
하지만 가끔 스케줄이 계속 나오지 않는 나라거나, 더 이상 취항하지 않는 나라가 되거나 했을 때 남은 돈은 애물단지처럼 쌓이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돈으로 다시 바꾸기에는 애매하고, 한국에서 취급하는 화폐가 아니라 유에스 달러로 환전한 뒤 한국 돈으로 다시 환전하면 너무 적은 돈이 된다. 그래서 언젠가 또 가겠지 하며 정리도 안한채 마구 모아놨더니, 우리 집에 놀러 온 친구가 나라 별로 분류해 정리해 주었다.
한국에서는 거의 카드를 주로 사용하고, 외국 동전 단위가 우리나라와 다르다 보니 미국은 남편이 자주 가는데도, 항상 동전을 안 쓰니 동전이 남는다. 5 단위(25센트 동전 같은) 동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사용하지 않는 1센트까지, 여간 헷갈리는 게 아니다. 특히 슈퍼마켓이나 카페 같은 곳에서 다음 사람이 뒤에 기다리고 있으니 큰돈이나 카드를 항상 내버리곤 한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한가한 곳에서 마음먹고 한꺼번에 동전을 소진해버리기도 하는데, 특히나 셀프 계산대에 아무도 기다리는 사람이 없을 때 동전을 그냥 기계에 넣어버리기만 하면 되니 아주 편하다.
어찌 됐든 브라질이나 케냐 돈은 언제쯤 다시 쓸 수 있을는지. 아니면 기념으로 계속 가지고 있게 될는지. 케냐는 남편과 함께 언젠가는 다시 꼭 방문하고 싶은 곳인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를 위해서 잘 가지고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