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시작한 지 어느덧 1,000일.
당신과 처음 만난 게 말 그대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 번째 봄을 함께 맞이하고 있다.
기념 선물을 준비하고 편지를 쓰고, 데이트 코스를 계획하면서 문득 우리가 서로에게 당연한 사람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매일 아침 기상 알람이 울림과 동시에 메시지를 주고 받고.
출근길에, 점심식사시간에, 퇴근길에 역시 안부를 묻는다. 잠들기 전 통화로 안녕한 목소리를 확인한 후에야 각자 잠자리에 든다. 주말엔 함께 시간을 보낸다. 만날 약속도 하지 않고, 토요일 오전에 근무하는 당신으 퇴근길을 마중 나간다.
기념일 저녁, 격식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한 것 외엔 평소와 다를 게 없다. 난 당신이 배불리 먹는 모습을 눈에 담고, 당신 역시 내 수저 놀림을 신경쓴다. 식사를 마치고선 카페로 가 나란히 앉는다. 서로의 음료를 맛본다. 당신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손편지를 읽는다.
다음 기념일도, 그 다음 기념일도 똑같을까. 오늘과 같을까. 그러길 바란다. 뜨겁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36.5도, 두 사람의 식지 않는 체온처럼, 우리 앞날이 당연하길 바란다.
매일 아침, 잘 잤어? 묻고, 매일 밤 잘자. 하는 당연한 사랑을 모두가 향유했으면 한다.